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7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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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읽은 <소설로 읽는 경제학>이 생각났다.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소설로 읽는 수학 이야기>도 흥미진진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저자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가 그리스 아테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였다. 2005년 여름에 그리스 여행을 했었는데, 며칠씩 묵었던 아테네에 그분이 살고 계시다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고등학교 때까지 좋아했던 수학과 보름간의 그리스 배낭여행을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900년 제 2차 국제 수학 학술 대회, 기하학 기초이론,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소수정리, 산수의 공리, 유클리드기하학, 페르마, 피타고라스 정리, 닮음변환, 가우스 등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단어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수학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지루했고 어렵기도 했다. 수학적인 부분 외에 희곡 <토스카>라든지 그리스-터키 전쟁, 발칸전쟁, 화가 르누아르, 마티스, 반 고흐, 고대 도시 밀레토스, 아테네 주변에서 가장 높은 리카비토스 산,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과 샹젤리제 거리,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등 예술, 전쟁, 철학과 관련한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포괄적인 느낌이 들었다. 

제목에 '살인'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이 소설이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난 그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 범인이 밝혀지는 끝부분에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느낌도 났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유럽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정치, 사회, 과학 문제도 이야기하며, 수학자, 철학자,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유럽과 그리스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역사 속 실존 인물들과 만난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파블로 루이즈가 피카소라는 사실에 놀랍고 반갑기도 했다. 특히, 내가 여행했던 아테네를 묘사하는 부분이 좋았다.

그러고 나서 길을 건너 축구 경기장 뒤쪽으로 걸어가 리카베투스 언덕 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 중 하나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작은 성게오르기오스 교회까지 다다르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멈춰 서서 발아래 펼쳐진 아테네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공기가 어느 때보다도 청명했다. 내가 서 있는 곳 반대편에는 아크로폴리스가 빛에 흠뻑 젖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파르테논 신전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구조 속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273~274)

머리가 조금 아프기도 했지만, 오래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허구와 사실이 적당히 섞여 있고, 대학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저자의 지적 수준으로 인해 더욱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수학, 과학 등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학문과 관련한 재미있는 소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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