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튼 탐정 동물기
야나기 코지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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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 아동교육문화연구회에서 펴낸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동화가 아닌 이야기를 읽어야 할 것 같아 도서 목록을 보고 직접 고른 책이었다. 보통 여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곤충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그 전에 읽은 책들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책을 읽은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동생이 학창시절에 과제 때문에 산 책 <시튼 동물기>를 읽은 건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10년도 더 지나서였을 것이다. 책을 읽고 싶은데 책장에 꽂힌 책은 모두 읽은 것이어서 오래전에 모은 책들 중 읽지 않은 책을 골라냈다. 생물에는 도무지 관심 없는 나인데 <시튼 동물기>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러 만난 책, <시튼 탐정 동물기>는 더운 날씨 때문에 잠 오지 않는 밤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추리소설이다. 손바닥 만한 작고 가벼운 책이다. 야나기 코지의 소설은 처음인데, 늘 독특한 소재로 일본의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작가라고 한다. 그는 찰스 다윈, 마르코 폴로 등 역사상의 유명인이 주인공이 되어 수수께끼를 푸는 형식의 여러 작품을 썼다. 이 책 또한 어니스트 시튼이 탐정이 된 이야기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시튼이 탐정이 되었다?! 

처음부터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 시튼 씨를 취재했을 때 우연히 그가 젊은 시절에 접했던 이상한 사건들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야생동물이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었다는(실제로는 시튼 씨가 탐정역할을 맡아야 했지만) 이야기를 신문에 게재했더니 예상외의 호평을 받아서 편집장으로부터 속편을 쓰도록 명령을 받은 것이었다. 그 이후로 몇번인가 시튼 씨를 방문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시튼 씨는 야생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아주 자그마한 사실로부터 전체를 추리하는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이 아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자연주의자였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두 개의 시점을 동시에 가졌기 때문에 시튼 씨는 지금까지 기묘한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왔다. (240p)

늑대왕 로보, 까마귀 실버스팟, 다람쥐, 고양이, 스컹크, 곰의 왕 잭 등 동물들과 관련한 살인사건, 도난사건을 <시튼 동물기>의 시튼이 멋지게 풀어나간다. 초호화 다이아몬드 밀실 도난사건('실버스팟')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듯한 이야기였다. 파브르나 시튼 모두 이름은 알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튼 탐정 동물기>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흥미진진한 책들이 많이 출간된다면 그러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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