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인디아 - 엉뚱발랄 15인의 발칙한 보고서
하정아 지음 / 나무수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카레를 떠오르게 하는 빛깔의 표지에 코믹한 느낌의 사진들이 재미있다. '엉뚱발랄 15인의 발칙한 보고서'라는 부제(副題)가 이 책을 더욱 읽고 싶게 만들었다. 저자는 10개월의 인도 여행 중 가장 재미있던 것이 바로 '인도 여행자'들이었다고 한다.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읽으며 독자들은 아마 인도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지도를 보든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데 책에 있는 인도 지도 역시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대학교 때 여자 친구 한 명이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 무엇보다도 떠날 수 있는,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용기가 대단했다. 어느 먼 곳에 혼자 다녀올 수 있는 용기라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려울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에 실린 16명(부부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중에 절반이 한국인이다. 한 달 반의 첫 인도 배낭여행에서 인도를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 와보니 또 너무 다르더라는 내 또래 승현씨는 힌두대학교에서 인도 전통 춤을 전공하고 있단다. 맨발로 소똥 천지인 인도 땅을 밟고 다녔더니 상처로 엉망이던 발이 다 나았다면서 인도를 느끼는 자신의 발이, 인도에서 춤 추는 자신의 발이 예쁘다고 한다. 인도만 세 번째라는 우영씨는 4개월 동안 빨래를 한 번도 안 하고 다녔단다. 고1 때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인도에 가보고 싶어서 대학생 때 알바로 돈 벌어 인도에 처음 왔다고 한다. 영어를 완전 못해서 폐쇄적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두 번째 인도 여행은 영어 공부를 해서 다시 왔고, 세 번째는 우울증 타파를 위해 왔단다. 그녀의 소중한 추억이 될, 꼼꼼하게 정리한 여행 다이어리가 무척이나 부럽다. 10년 동안 일하면서 휴가 한번 제대로 보낸 적이 없어서 22일 일정으로 긴 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동만씨는 실망만 느끼고 가지만 후에 다시 인도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인도 다녀온 친구가 하도 인도 얘기를 해서 자신도 오게 되었다는 우룡씨, 독특하게 찍은 사진들이 재밌다. 게다가 자신만의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도시 곳곳에 한국 동전을 숨겨놓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인도와 네팔을 5개월째 여행 중이라는 준성씨는 쓰고 있는 소설의 배경이 인도라서 왔다고 한다. 마흔의 송종헌 아저씨는 회사 생활 딱 10주년 되는 날 관두고 나와서 여행을 하고, 등산을 한다.

힘든 여행 일정을 견뎌나가면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인도에 와 궂은 일들을 당하고서도 진정한 인도 여행자가 되고, 자전거로 다니며 가고 싶은 만큼 가고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고, 혼자 여행 다니면서 어느 동네에 머무를 때, 누가 아프다고 하면 마사지해주고 도와주는 여행자들이 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인도를 경험해본 그들이 인도에 대해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 아닐까 생각된다.

자잘한 튀김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싸가는 모습, 짜이 가게에서 뜨거운 짜이를 봉다리에 가득 담아가지고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갠지스 강가에서 짜이 한 잔 하며 한나절 앉아 있어 보고도 싶다. 유명한 곳이나 유적지 구경은 덜 하더라도 인도 사람들이랑 노점에서 같이 먹어도 보고, 하릴없이 동네 돌아다니다가 나무 밑에 같이 앉아 이런 저런 얘기도 하면서 서민들 속으로 뛰어들어가 보는 게 인도 여행의 큰 묘미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태클이 들어오기도 하고, 믿었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하는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인도 여행을 추천한다. 나는 아직 해보지 못했지만, 인도를 다녀왔거나 인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믿을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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