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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뒤흔든 발표의 달인 - 초등학교 발표력이 평생을 좌우한다
장진주 지음, 송진욱 그림 / 국일아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던 나는 발표와는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국어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발표할 사람으로 손도 들지 않고 고개 숙이고 있던 나를 지목하셨다. 교과서에 쓴 내용을 그대로 읽었더니 잘했다며 칭찬해주시는데 큰일을 해낸 듯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하고서도 발표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도덕 시간에 날짜에 맞춰 번호대로 교과서 읽기를 시켰는데 도덕 수업이 있는 날 내 번호가 걸리는 걸 확인하고는 일주일 전부터 걱정을 했다. 일어서는 것도 아니고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목소리와 손이 떨렸다. 고등학교에서는 수준별 보충수업을 했는데 영어 시간에 선생님께서 지목한 몇 명의 학생들이 돌아가며 일일 교사를 했다. 멋지게 수업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 전 일이지만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긴장이 된다. 한번은 문학 시간에 공개 수업을 했었다. 선생님과 친해서 수업 시작 전에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인사드렸는데 수업 중 교과서 읽기를 시키시는 것이다. 정말 이상한 것이 짧게 몇 문장 읽는 것은 괜찮은데 한 단락이 넘어가면 심하게 떨게 된다.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도 인원이 많아지고 토론식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라면 본래의 내 모습은 어디론가 가버린다. 이런 연유로 '교실을 뒤흔든 발표의 달인'을 선택했다.
표지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초등학교 발표력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왠지 가슴 아프다. 이 책을 초등학교 때 읽었더라면 학창시절의 나는 반 친구들 앞에, 대중 앞에 떳떳하게 서서 당당하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을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이야기하듯 글을 써내려간 장진주 아나운서가 고맙다. 깔끔하게 정리된 차례와 지루하지 않은 일러스트, 무엇보다도 카네기 아저씨의 한마디나 장진주 아나운서의 조언은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어른이 된 입장에서 책을 보아서 그런지 일러스트가 조금은 시시하기도 했지만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일러스트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가질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카네기나 앨비스 프레슬리, 찰리 채플린, 링컨 등 유명 인사들의 실례(實例)를 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어른들도 두려워 한다는 것을 알려 주면서 처음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말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좋은 실력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주변에 남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겁내는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