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요일 2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4
김재호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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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행 이야기를 읽었다. 멕시코 이야기는 처음이다. 빨간 꽃 한 송이가 그려진 표지가 깔끔하면서도 강렬하다. 겉표지를 벗긴 책표지도 마음에 든다. 삶을 푸석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잠시 떨어져보려고, 7년 동안 일한 저자가 자신에게 긴 휴가를 선물했다.  

손바닥만한 작은 책 한 권에 빽빽이 적힌 글자들을 읽으며, 무거웠던 내 마음은 둥둥 떠올랐다. 단순한 여행책이 아니라서, 그녀의 멕시코 모험기라서였다. 서른둘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앳된 얼굴이다. 왠지 그녀와 여행한다면 신 나고 즐거울 것 같다. 

연착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탑승구에서 옆구리에 기타를 끼고 노래 부르는 멕시코 청년들의 모습을 시작으로 멕시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리 깊은 산속에도 십자가와 코카콜라가 있는 곳이 멕시코란다. 아침에 일어나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고, 직접 맷돌에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생활한다. 멕시코의 시골 동네, 찰미타에서 다른 여행자들과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고 생일 파티를 하고 스페인어를 배운다. 사람들 모두가 욕심이란 걸 모르고 사는 듯한 곳에서의 생활은 과연 어떨까. 걸으면 걸을수록 편안해진다는 매우 조용한 동네 말리날코에서는 골목마다 멕시코 남자들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다. 그녀를 따라 동네 골목을 거닐며 치즈 맛이 나는 환상적인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싶다. 

멕시코시티로 가서 프리다와 디에고가 함께 살았다는 '프리다 칼로 뮤지엄'에 들르고, 미술관에서 수많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크다는 우남 대학(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의 중앙도서관은 건물 외벽이 모자이크 작품으로 도배되어 있다. 사진으로 봐도 멋있다. 무지 작고 예쁜 형형색색의 고운 마을 과나후아토의 사진을 본 순간, 저 안에 내가 있다면 동화 속을 걸어다니는 느낌이 들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좁은 골목에 천연색 집들이 빼곡한 과나후아토는 세계문화유산이 된 도시란다.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에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가보고, 멕시코의 작은 도시, 쿠에르나바카에서 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다. 한나절이면 한 바퀴 돌고도 남는, 초미니 사이즈 마을 산크리스토발의 빵집에서 4천 원도 안 한다는 푸짐한 아침 메뉴를 먹고, 바다와 하늘이 서로 닮아 푸르고 푸른 곳 이스타파 해변을 거닌다.

평화롭고 여유롭고 욕심 없는 곳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풍요로웠다. 지금 막 가보고 싶은 나라 목록에 멕시코가 추가되었다. 나도 미친 듯이 일하다가 긴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혼자서 훌쩍 떠나보고 싶다. 그럴 만한 용기 또한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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