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 - 우물쭈물 Yes하고 뒤돌아 후회하는 헛똑똑이들을 위한 야무진 거절법
내넷 가트렐 지음, 권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2년 전 읽었던 슈테판 볼만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에서 보았던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꿈'이라는 그림을 겉표지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그 당시 그림을 스캔하여 책에 나온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 놓았는데 그중 한 구절이 '막 작별한 여름은 젊은 처녀를 자의식이 강한 여인으로 만들었다'이다. 왠지『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라는 제목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차례를 훑어보며 내가 꼭 읽어야 할 책이구나 생각했다. 사실 다른 이야기들보다도 처음에 나오는 '부모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거절하는 법'이 시급했다. 난 삼남매 중 장녀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께서 내게 거시는 기대가 컸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 성에 차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현재는 만족하고 있다. 하는 일이 저녁 9시쯤 끝나기에 회식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10시쯤 된다. 두 시간만 있어도 12시가 넘는데 집에서는 이해를 못하신다. 너는 그냥 일찍 나오라고 하신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즐기는 것 뿐인데 말이다. 평일에는 일이 늦게 끝나고 토요일에나 모임에 참석한다. 학교 동아리 모임에 갔다가 금세 차 시간이 끊기면 근처 친구 집에서 자고 아침 일찍 집에 온 적이 몇 번 있다. 물론 시집도 안 간 여자가 외박하는 건 좋지 않지만 술 마시고 밤 늦게 택시를 타는 것보다 자고 오는 게 낫지 않을까. 집에 오면 지금까지 누구랑 있었는지 연락처를 알아 내서 확인 전화를 하신다. 물론 걱정하시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우리집은 더 유난한 것 같다.
부모에게 '노'라고 말하는 건 우리 대부분에게 꽤 힘든 일이다. ...(중략)... 우리는 우리가 부모의 바람에 응하지 못할 경우 따라올 갈등을 걱정한다. (43p)
이별하려고 할 때 관계의 매듭을 끊는 건 우리 대부분에겐 너무나 두려운 일이지만 상실감에서 회복되고 나면 예전에 그토록 가까웠던 그 사람은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 믿는 오래된 친구 관계일수록 거절의 대답이 받아들여지고 그 거절에 마음 상하지 않는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이야기보다 한번쯤 생각해봤던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읽혔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얻지는 못했다. 저자는 어느 정도의 해결 방안을 던져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여러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 보고 그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내 자신의 가치를 믿을수록 '노'라고 말하는 건 쉬워진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