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조두진 장편소설 '도모유키'를 읽었었다. 잔인하고 슬프고 아름다움마저 보이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제13회 수상작 윤고은 장편소설 '무중력 증후군'을 읽었다. 독특하면서도 엉뚱하고 경쾌하면서도 무거움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내게 이 소설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만간 닥칠지도 모르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제목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표지도 눈길을 끌었다. '제2의 달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뭔가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누구도 예상 못한 달의 발작이 일어났다. 이야기의 소재(素材)부터가 참신하다. 하나하나의 표현이 통쾌하고 재미있고 독특하다. 예를 들면, '배가 고파서인가, 지상의 모든 직육면체 건물들이 식빵 덩어리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애벌레처럼 꾸역꾸역 식빵 속으로 들어갔다.'라든지 '22층의 건물은 식빵이라고 하기엔 너무 새하얘서 오히려 두부에 가까웠다. 나는 매일 아침 두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짧은 회개를 했다.' 소제목들을 봐도 흥미진진하다. '패키지 범죄의 본능', '달나라 납골당 주식회사', '문란한 밤', '종말도 식상해', '달의 몰락'

책을 읽으면서 당연히 이렇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한참을 읽은 후에 그랬구나 하고 이해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던 홍 과장은 여자였고,노 과장 노시보는 겨우 스물 다섯이었다. 주인공 노시보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 년 동안 일곱 번이나 회사를 바꾸었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포함한 온갖 병을 달고 산다. 최근 6개월간 다섯 가지 이상의 병세로 병원을 90번 이상 방문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주기적으로 달이 번식하고 멀쩡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무중력자였다고 고백을 하고 사건 사고가 많아진다. 달로의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달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싼다. 거리에는 무중력자들의 시체가 낙엽 떨어지듯 흩날린다.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물론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제각각인 모습이 모두 개성 있다. 어떻게 저마다의 특징을 잘 묘사했는지 소설을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마치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졌고 더불어 젊은 작가 윤고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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