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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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제목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넘겨보았을 때 향기가 났다. 분홍빛 속표지와 잘 어울리는 향기였다. 이외수의 장편소설 '괴물'이나 '장외인간'도 재미있게 읽었고, 우화상자 '외뿔'이나 사색상자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산문집 '뼈' 그리고 이외수 소통법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이외수의 생존법 '하악하악'도 거리낌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이외수의 글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처음 읽었던 장편소설이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짤막한 글들의 모음집이라서 부담되지 않고 술술 읽혀지는 책이다. 그가 궁금한 점, 그의 경험,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의 생각, 읽는 것만으로 웃기는 이야기들, 사실을 토대로 한 호통, 여러 제목의 시리즈 등 마치 익살스러운 해학문학을 읽는 듯하다.

이외수 책에서 또하나의 볼거리는 그림이다. 간단한 듯하면서 작가의 하고 싶은 말이 녹아있는 듯한 그림들도 좋았다.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살며 사라져가는 동식물을 세밀화로 되살려내고 있는 화가 정태련이 이외수와 만났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에서는 야생화의 모습을 너무도 예쁘게 그려주었는데, '하악하악'에서는 민물고기 65종을 실제와 같이 표현하였다. 제목 '하악하악'은 팍팍한 인생을 거침없이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인터넷 어휘이다. 처음에는 왜 물고기 그림이 가득한지 엉뚱해 보였는데, 제목의 '팔팔하게 살자'는 뜻과 물고기의 그림이 어울릴 수 밖에 없다. 정태련은 민물고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려 3년을 전국의 산하(山河)를 떠돌았다고 한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의 그림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향기나는 예쁜 책을 읽었고 그래서 기분이 좋다. 짧지만 강한 느낌을 주는 글이 태반이고 마음에 드는 구절도 많다. 책표지를 보신 할머니께서 작가의 외모를 보고 한마디 하셨지만 상관없다. 난 그냥 이외수의 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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