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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우광훈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았을 때는 외국 작가의 소설인 줄 알았다. 네덜란드 정부가 렘브란트의 작품 보다도 더 아낀다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소재로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이나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생각하며 '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역시 외국 소설이겠구나 했다. 국내 작가임을 확인하고 슬며시 놀랐다. 오래전 도서관 책꽂이에서 꺼내보았던 적이 있는 소설집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의 저자 우광훈의 장편소설인 것에 말이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미술 기법이라든지 용어를 알지 못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에 실린 여섯 작품 역시 천천히 훑어보았다. 언제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난다. 책을 접하고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게 '왜 제목에 베르메르가 두 번 들어갈까' 였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베르메르의 이야기라기 보다 위작 화가이며 화상(畵商)인 가브리엘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제1부 각 장의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했다. '가브리엘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시간이 바로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과오에 대해 과연 나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제2부, 4부에서는 가브리엘의 옛 시절부터 연도 순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3부에서는 1부에 이어 '최후의 심판' 전의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부가 바뀔 때마다 앞 이야기에 이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속도를 늦추지 않고 눈을 굴렸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에 빠져드는 내 모습이 오랜만이었다.
책을 덮으면서도 이 이야기가 실재인지 허구인지 분간이 안 갔다.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명화 위조범 '반 메헤렌'을 모델로 하여 책의 주인공 '가브리엘 이벤스'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반 메헤렌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에 사실을 토대로 한 팩션이라는 점에 놀랐고, '진주 귀고리 소녀'나 '다 빈치 코드'에 맞설 우리 작가의 작품성에 또 한 번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