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권오단 지음 / 포럼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김진명의 <한반도>, <가즈오의 나라>, <하늘이여 땅이여>, <황태자비 납치사건> 등을 읽으며 역사소설의 맛을 느끼게 되었다. 노가원의 <태양인 이제마>,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 조두진의 <도모유키>, 김별아의 <미실>과 <논개>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다. 학창 시절 국사를 끔찍이도 싫어했던 내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제는 역사소설이라면 무조건 구미가 당긴다. 게다가 역사추리소설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디지털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어에 나도 모르게 큰 기대를 했던 걸까. 책을 덮었을 땐 뭔가 허전함이 남았다. 사실 작가는 '난(亂)'이라는 제목에 맞게 충실한 내용을 보여 주고 있는데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왕자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에 대해 질문하는 임금의 모습은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덟 살인 광해군의 되바라진 모습에 미미한 소름이 돋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난에 대비하는 율곡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단옷날 열린 씨름판에서의 이야기는 꽤 길게 늘여뜨렸지만 직접 구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했다. 괴력의 사나이 백손과 열일곱의 어린 소년장사 바우의 눈부신 활약도 볼 만하다.   

'이탕개의 난'을 배경으로 했고 이권 다툼이며 북방의 야인, 당파의 분쟁 등 어려운 말들은 그저 눈으로 훑고 지나갔다. 역사에 대해서라면 부끄러울 정도로 모르지만 내게 역사소설은 다른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소설일 뿐이다. 어렵게 이해하려 들고 이런저런 배경들을 따졌다면 한 편의 긴장감 있는 소설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정신 없는 시국이나 신분에 따른 차별과 같이 예나 지금이나 공통된 문제점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제목과 표지와 내용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어지러울 '난(亂)'보다 좀더 상세한 제목이었다면,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뒷이야기가 좀더 진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과 내용의 변화를 바라는 것이 조금 우습긴 하지만 그만큼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는 내 소심한 표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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