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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호텔: 노래하는 영어 동시 - 미국 어린이들이 매일 읽는 동시집
마리 앤 호버맨 지음, 말라 프레이지 그림, 한지원 옮김 / 윌북주니어 / 2025년 10월
평점 :
초등 1학년 딸아이에게 따로 영어 교육을 하고 있지 않아서 고민 중이던 요즘, 미국 어린이들이 매일 읽는 동시집이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갔습니다. 윌북주니어에서 출판한 <ABC 호텔>은 미국 최고의 아동 시인 메리 앤 호버맨이 65년에 걸쳐 쓴 작품을 골라서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시인이 제일 좋아하는 (동물과 벌레에 관한) 시 60편에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쓴 8편까지 더해 총 68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얼룩말 지배인과 청설모 벨보이가 맞이하는 <ABC 호텔>은 입실 시간과 퇴실 시간이 자유입니다. 책을 펼치면서부터 호텔로 입장하는 기분이 듭니다. 'ABC 호텔 이용 방법'에 책 활용법이 나와 있고, 목차는 'ABC HOTEL FLOOR GUIDE'로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시는 ABC 순서로 실었고, 영어 동시 뒷부분에는 우리말로 번역한 시도 담았습니다.
<ABC 호텔>에서 영어 동시는 물론이고, 칼데콧상을 3번이나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 말라 프레이지의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동물들이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호텔로 오고, 놀이기구와 낚시, 수영 등 여가 시간을 보내고, 음식을 먹고, 퇴실을 할 때까지의 모습이 쭉 담겨 있습니다. 그림만으로도 아이 스스로 동물들의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들어 본 적 있는 '아브라카다브라'부터 나오니 관심을 갖네요. 음원 샘플을 먼저 들려주었는데,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귀로 먼저 듣고, 제가 한 줄씩 읽으면 아이가 따라 읽었습니다. 국어 공부를 할 때에도 동시를 읽으면서 창의력도 기르고 표현도 익히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동시도 반복되는 구조에 행마다 리듬감이 있어서 따라 읽는 동안 말놀이 하듯 재미있습니다. 하루에 동시 한 편씩이라도 읽자고 마음먹었는데, 세 편을 읽고도 재미있다며 더 읽자고 하네요. 영어 공부라고 인식하지 않고 <ABC 호텔>을 통해 영어에 흥미를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꾸준히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ABC 호텔>은 비교적 짤막한 행으로 이루어진 시가 대부분이나, (제 기준에서) 행과 연이 긴 시도 몇 편 보입니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단어가 쉽고 운율이 느껴지는 동시들 위주로 아이에게 맞추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동시를 읽고서 한글로 번역된 시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반디쿠트나 대디롱레그처럼 낯선 이름은 한국어 번역에 따로 설명이 나옵니다. 마지막에는 동물 이름 영어 퍼즐도 나와 있습니다. 동물들 이름도 익히고, 리듬감 있는 영어 동시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만나는 <ABC 호텔>을 추천합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