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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하야시 기린 지음, 오카다 치아키 그림,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25년 2월
평점 :
표지를 보면, 연둣빛 풀밭 위 양지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볕을 쬐고 있습니다. 매일 잠들기 전에, 그리고 눈 뜨자마자 고양이 놀이를 하자고 하는 딸아이와 읽고 싶었던 책 <양지>입니다. 그림책의 제목으로 '양지'라는 단어가 썩 어울리진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일본의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궁금했습니다.
트래비스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고양이입니다. 생선을 입에 물고 오던 고양이들이 불량스러운 트래비스와 눈이 마주치자 생선을 내팽개치고 달아날 정도입니다. 그런 트래비스 앞에 얼룩 고양이 미켈레가 나타납니다. 자기 몫의 먹이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는 미켈레가 트래비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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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느껴지지만 섬세하게 표현한 그림체와 색감이 예쁩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고, 양쪽 페이지에 펼쳐진 그림에서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바람이 겨울의 흔적과 봄의 기운을 뒤섞고 있던 어느 날',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다', '바닷바람을 따라잡을 기세로 힘차게', '해님이 빛으로 짠 담요를 덮어 주는 것 같다' 등 표현력 좋은 문장들이 많이 나옵니다. 곧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가 이제는 글밥이 좀 많은 책을 읽었으면 했는데, <양지>의 글밥이 많은 편이라 여러모로 마음에 드네요.
미켈레는 트래비스가 착하다고 생각하고, 트래비스는 미켈레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은 곧 같이 햇볕을 쬐며 늘 붙어 있게 됩니다. 보이지 않으면 초조하고, 눈앞에 나타나면 뛸 듯이 기쁜데, 내 곁을 떠나면 어떡하나 갑자기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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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외톨이가 된 트래비스는 거칠고 사나운 고양이로 되돌아왔습니다. 트래비스의 양지는 검은 고양이에게 빼앗기고, 누구에게도 져 본 적 없던 트래비스는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낯선 동네에 누워 있는 트래비스에게 햇빛이 내려앉고 미켈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가슴을 가득 채운 햇살 덕분에 기운 내는 트래비스에게 미켈레를 떠올리게 한 고양이가 다가옵니다.
그림책 <양지> 안에 많은 감정들이 들어 있습니다. 독후 활동으로 계절의 변화와 함께 움직이는 트래비스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퍼지는 나만의 양지에서 포근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