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1
질 스몰린스키 지음, 이다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일곱 살에 학교 들어가 친구들은 스물여섯이지만, 언젠가부터 한살이라도 어리게 말하는 걸 으레 의식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스물다섯도 거의 끝나간다. 지금의 나를 생각하며 급한 마음에 책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한때 쌓아놓고 읽었던 자기계발서를 생각했다. 몇 세까지 꼭 해야 한다는 제목의 이야기는 읽고 나면 특별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짓수가 많기만 한데 또다시 찾게 되는 것이 왠지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는 소설이었다. 그것도 아주 재미나고 술술 잘도 읽히는 소설 말이다.

서점에서 책장(冊張)을 넘겼을 때 당황하고 말았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문장이 '다음에 할 일. 낯선 사람에게 키스하기.'였다. 바로 덮어버렸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올 듯한 예감에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즐겁고 시원한 그래서 유쾌한 내용을 기대했다. 예전에 많이 읽었던 추리소설은 탐독하는 동안 꼭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책에 빠져들어서인지 아니면 전개되는 과정이 빈틈없어서인지 그 상황의 영상이 그려졌다. 하지만 추리소설이 아닌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 듯한 착각이 든 건 처음이다. 영화가 제작될 예정이라니 책을 읽을 때의 느낌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고 싶다.  

마리사와 처음 이야기한 날 그녀가 죽었다. 죽은 곳에 함께 있었다는 죄책감으로 그녀의 가방에서 발견한 리스트에 적힌 항목을 하나씩 수행하기 시작한다. 서른넷의 주인공 준 파커가 스무 가지 중 열여덟 가지를 수행하는 동안의 이야기다. 항목을 살펴보면 내가 지금 바로 행할 수 있는 것이 세 가지 정도, 약간의 용기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아홉 가지 정도이다. 이런 황당무계한 리스트를 내가 수행해야 한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긴장된다. 마리사의 스물다섯 살 생일 전까지 완벽하게 해낸 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을 덮음과 동시에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과연 어떤 항목을 넣을 수 있을까. '죽기 전까지 해야 할'이라는 수식어보다 마리사와 같이 구체적인 기한을 정하는 것이 수행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언젠가 내 리스트를 정리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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