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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 무한한 창조의 샘 ㅣ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5
프란체스코 갈루치 지음, 김소라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처음 미술관을 찾아간 것은 2006년 여름이었다. 한젬마의 '화가의 집을 찾아서'를 읽고 휴가 동안에 미술관 투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세 지역의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자는 계획은 무너지고 할머니 댁에서 가까운 임립미술관 한 곳을 택했다. 무더운 날씨에 관람객 한 명도 없는 그 넓은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역시 미술관은 한산(閑散)할 때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이 제격인데, 같은 해 9월 3일 서울시립미술관은 피카소전 마지막 날인데다 주말이라서 무척이나 붐볐다.
어릴 적에 엄마의 스크랩북을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 오린 어느 화가들의 그림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으셨다. 아마 피카소란 화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엄마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학창시절에 미술을 좋아했고 지금은 작품 감상하기를 좋아하는 게 엄마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피카소나 샤갈보다는 클림트나 렘브란트의 그림을 좋아한다. 작품의 주제를 난해하게 표현하거나 상상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희한한 기법을 사용한 것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그려낸 인물화나 풍경화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피카소의 그림을 감상하기보다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엿듣고 싶어서였다. 화가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신비로움 혹은 두근거림을 일대기를 통해 직접 맞닥뜨리고 싶었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훌륭한 작품을 남긴 화가는 과연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았는지 그의 삶은 특별했는지 궁금했다. 피카소의 일생을 시대별로 나누어 들려주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달리 삶의 이야기와 곁들여진 작품을 함께 읽는 것의 특별함이 좋았다.
학교 교사이며 미술관 관리자인 아버지의 지도를 받으며 피카소는 재능을 드러낸다. 당시 전망 좋은 분야였던 종교화로 성공을 거두고, 근대적인 분리파 경향에 관심을 가졌다. 책에 나오는 작품을 하나씩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진지함이 보이기도 하고 간혹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초현실주의의 몽환적인 이미지가 나타나고 해독하기 어려운 작품도 많다.
피카소전에서 보았던 노년의 모습 사진과 책 겉표지의 젊었을 적 사진을 새삼스레 비교해본다. 머리숱의 차이만 날 뿐 이목구비는 변함없다. 강렬한 빨강의 표지가 왠일인지 튀지 않고 위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