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 이탈리아 여자 마리안나와 보스턴에서 만나 나폴리에서 결혼한 어느 한국인 생물학자의 달콤쌉쌀한 이탈리아 문화 원샷하기
천종태 지음 / 샘터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표지는 어릴 때 보았던 명작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고, 제목에서는 달콤쌉싸름한 커피향이 나는 듯하다. 한국 남자가 이탈리아 문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엔 여행 이야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읽으면서 기대했던 내용과 달라서 적잖이 당황했지만 표지와 편집 디자인은 마음에 꼭 든다. 

   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저자는 낡은 아파트에서 외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외로운 땅 미국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완벽하다는 나라 미국을 잠시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보스턴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자 馬 여사와 복잡한 절차 끝에 결혼식을 마친다. 책의 앞부분은 저자가 馬 여사를 만나고 가정을 이루는 사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 다음에 이탈리아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탈리아하면 피자와 파스타가 제일 먼저 생각났지만 책을 덮고난 후에는 달라졌다. 

   이탈리아의 건물 층수는 0층에서 출발하며 한 층의 높이가 4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생각만 해도 진땀이 난다. 전에 그리스 배낭여행 중 크레타섬에서 숙소를 잡았는데 가정집이었다. 긴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의 넓은 방은 지금까지 살면서 본 것 중에 가장 높은 천장의 방이었다. 방 안에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왠지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나폴리 사람들은 교통 법규를 어기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차들은 빨간 불을 무시하고 교차로를 지나간다.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 앞의 횡단보도는 꽤 길었다. 신호등의 변화를 느끼지도 못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횡단보도 길목을 막고 널브러져 있던 커다란 개들이 생각난다.

   그리스 여행을 마치면서 그리스어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리스어 교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 터키 여행계획서를 쓰면서는 터키어를 공부하고 싶었고, 저자의 짤막한 이태리어 강좌를 들으면서는 한번쯤 배워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왠지 영어 공부는 끌리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꽤 매력적이다.

   그리스는 안전했다. 아테네에서는 광장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늦은 밤까지도 비어 있는 벤치가 거의 없었다. 이탈리아에는 도둑이 많다고 한다. 여행자들에게는 가장 민감하고 걱정되는 부분일 것이다. 소지품을 조심하는 것이 제일원칙.

   '이탈리아노 이탈리아나 이탈리아니'의 이야기가 가장 이탈리아적이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의 일상을 경험하고 사람들을 말하고 의식주에 축구 이야기까지 곁들여졌으니 말이다. '이탈리아노처럼 숨쉬기 꼬레아노처럼 꿈꾸기' 역시 이탈리아스러웠다. 몇 년전에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적이 있다. 메뉴판만 보고 선택했는데 약간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한입에 마실 정도의 잔에 진한 커피가 나왔다. 다른 나라 이야기를 읽을 때는 음식이나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마치 여행중인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한다. 낙서가 가득한 동상과 웅장한 건물의 사진보다는 나폴리 구시가의 좁은 길목, 알록달록 식료품, 음식, 그리고 햇살 아래 여유로운 모습의 사진이 더욱 가슴 설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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