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퀴 달린 모자 (30주년 기념 특별판)
신형건 지음 / 끝없는이야기 / 2023년 11월
평점 :
책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시골집에 놀러갈 때마다 읽는 동시집이 있습니다. 그곳에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이 동시집 한 권 뿐인데, 1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차근차근 잘도 읽습니다. 한 권의 긴 동화와 다르게 한두 페이지로 끝나는 동시의 감성도 한껏 느껴보게 하고 싶어서 이번에는 신형건 시집 <바퀴 달린 모자>를 선물했습니다.
10여 년간 치과 원장으로 일했던 이력이 있는 신형건 시인은 국내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고, 다수의 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주는 시를 쓰고 있다니 엄마와 딸이 함께 읽으면 좋겠네요. 이번 <바퀴 달린 모자>는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입니다. 알록달록한 표지가 얼른 펼쳐 보고 싶게 만드네요.
목차를 보면 42편의 동시가 실렸습니다. 친구가 되려면, 친구랑 다툰 날에 읽는 시, 엉덩이에 난 뾰루지, 장래 희망, 무서운 꿈 등 어린 시절의 고민거리나 관심사가 제목으로 나와 있네요. 한 편의 동시는 한두 페이지에 담겨 있습니다. 13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지만, 왼쪽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비어 있고 동시는 오른쪽에만 있어서 읽는 데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여섯 살 아이와 나란히 앉아 동시를 읽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안 돼!', '빵 쏘니까 팔랑', '맛 좀 봐라!', '요 녀석, 너 말썽꾸러기지?' 등 실감나게 읽어 주니 아이는 깔깔거리며 듣네요. 여섯 살부터 집에서 귀지를 빼주고 있는데, '귀지'라는 제목의 동시와 함께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이 아이 눈에는 웃긴가 봅니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고시랑고시랑, 옴죽옴죽 같은 표현들도 재밌습니다.
묻는 표현이 들어 있는 동시도 많아서 읽어 주는 동안 아이에게 질문하기도 하고, 예쁜 색감의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보며 이야기도 나눕니다. '깨진 무릎에 생긴 피딱지가 잘 여문 꽃씨 같다'는 표현도 예쁘네요. 매일 새벽 일어나서부터 책 읽고, 잠들기 전에 책 읽는 딸아이의 요즘 최애 책은 <바퀴 달린 모자>입니다. 유치원 생부터 어른들까지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은 감성 시집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