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다른 친구들이 유럽이나 일본, 홍콩 여행을 간다고 할 때 난 단짝 친구와 둘이서 배낭여행지로 그리스, 터키, 이집트를 생각했다. 딱히 가고 싶은 이유라는 것도 없이 무작정 그렇게 정해버렸다. 단순히 즐기려는 여행보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여행이 하고 싶어서였을까. 뉴욕. 쉴 틈 없이 바쁜 사람들의 도시. 멋쟁이들의 낭만적인 도시. 우선 이 정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수많은 여행지 중 뉴욕에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제목에 끌렸다.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네 멋대로 행복하라. 내 꿈을 위해 내 꿈을 통해 이제는 행복하고 싶다. 그냥 여행책인 줄 알았다. 뉴욕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오감을 자극하는 즐거운 여행책. 하지만 앞부분을 읽으면서 예술과 혼합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 여행, 사진이 모두 엮여 있다. 사진만 훑어보아도 여행의 묘미가 느껴진다. 저자 박준이 만난 열세 명의 뉴요커. 그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족과 함께가 아닌 친구와 단둘이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마치고 좋아진 게 있다. 바로 지도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서 노선표를 챙겼고, 여행지 곳곳을 찾아다닐 때 손에 꼭 쥐고 있었던 것이 지도였다. 지도와 그림과 사진이 뒤섞인 겉표지가 책의 내용에 걸맞다. 한창 여행중인 듯한 착각에 빠져본다. 진짜 뉴욕 태생도 있지만 낯선 땅에 발을 딛고 외로움을 떨치며 자신만의 의지대로 몇 년째 살아가는 뉴요커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는 거라며 열정을 내뿜는 그들. 세계의 많은 곳 중에 자신이 살 곳은 오직 뉴욕이라는 그들. 이제서야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 목록에 뉴욕을 추가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