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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 서정윤의 홀로서기 그 이후
서정윤 엮음, 신철균 사진 / 이가서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인가 좋아졌다. 시와 초록빛과 흑백사진이.
일생을 100년 기준으로 하면 아직 절반의 절반 밖에 못 살았지만 스무 해가 넘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옛 시절이 그리울 때가 가끔 있다. 흑백사진을 볼 때가 그런 때 중의 하나이다.
학창시절에는 시라는 영역이 지루하게만 느껴졌고,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공부하며 어렵기만 했는데 시를 시라고 생각하지 않고 읽으니 한 편의 짤막한 소설과도 같았다. 내 나름대로 시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류시화, 안도현 등 유명 시인들이 엮은 시집을 읽으면서 정겨움과 따스함과 그리움을 만끽했다.
서정윤 시인이 보기에 참 좋은 시들을 모았고 다시 따스한 느낌의 시들을 골랐다고 한다.
모든 시에 애틋함과 진실된 마음이 가득하다.
신철균 사진작가의 작품은 우리네 옛 정취를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상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박물관에서 일부분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을, 그 시대의 순간이 담긴 사진 한 장에서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여름의 풍성함과 산뜻함이 물씬 풍기는 초록빛 시집 한 권.
빗물에 번진 듯한 겉표지의 제목과 어린 동생을 목말 태우고 만면에 웃음 가득한 형의 모습.
이 모든 것이 친근하고 사랑스럽고 무딘 감성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