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제주! - 한 걸음 더 제주 생활 문화 산책
이영재 지음 / 모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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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내가 읽었던 제주 관련 책들은 대부분 여행 가이드북이다. <진심, 제주!>의 저자 이영재 아나운서는 강원도에서 근무하다가 제주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으로 제주 발령을 요청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20년 가까이 살며 매일매일 제주 소식을 전한'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제주 이야기라고 해서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차례를 살펴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진심, 제주!>는 여행 안내서라기보다 제주의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육지에서 놀러온 친구들이 애월로 가자고 하지만, 애월은 꽤 넓어서 중산간 쪽인지 바다 쪽인지 묻는다. 출출해지면 갈치구이와 흑돼지가 아닌 고등어회를 대접한다. 애월의 밤바다는 감상해야 할 대상으로 다가오지 않고, 나와 하나 되어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들게 한다는 말이 인상 깊다.

9년 전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일하며 내가 머물던 곳은 근처에 제주조각공원과 산방산 탄산온천이 있는 안덕면이다. 바로 옆 동네가 모슬포항이 있는 대정읍이다. 모슬포항에서 송악산과 산방산으로 이어지는 해안풍경을 바라보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진다.

여행 중 이동할 때는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여야 좋다는 말을 하며,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체제에 관해서도 이야기 한다. 구좌읍 평대리의 메이즈랜드를 소개하며, 미로와 미궁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까지 보여 준다. 산굼부리, 아부오름을 말하며 제주 신화 중 송당 본향당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 준다.

관광객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애월읍 수산리는 애월읍 한복판의 적당한 해발에 자리하고 있다. 저수지를 품고 있는 수산리 사진을 보니 현실 세계가 아닌 듯한 느낌이다.




인생의 열두 달을 이야기 하다가 올레길을 소개한다. 유명 관광지를 지나지 않는 올레 3-B코스는 바다를 옆에 두고 온평 포구에서 표선 해수욕장까지 내달리는 해변길이다. 나는 통오름과 두모악을 경유한 A코스를 걸었는데, 나도 신풍 신천 바다목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참을 걷다가 오후 5시 넘은 시간에 목장을 마주했는데, 풍경이 너무 멋져서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제주 관광객이 꼭 들르는 제주시 오일장은 여러 번 가봤지만, 할망장터나 화려한 꽃밭으로 변신하는 봄의 오일장도 보고 싶다. 해군기지가 아니었다면 평화로운 마을이었을 강정을 이야기하며, 독일의 아우슈비츠 거짓말 법에 관해서도 말한다.

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공간이 무려 제주라니. 휴가지보다 훨씬 아름다운 제주가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 소름 끼칠 지경이라는 저자가 이해된다.



제주의 독립서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보성 대한다원과 제주 녹차밭, 애월읍 목욕탕, 서귀포 이중섭 거리에서 새연교까지, 한림읍 제주맥주 양조장 등 제주 곳곳을 보여 준다. 이중섭 미술관도 김영갑 갤러리도 좋아하는 곳이라 관심 있게 읽었다.


2006년에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제주도에 가면 꼭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들르기로 마음 먹었다. 2009년 봄과 2013년 여름에 갔던 두모악은 언제 가도 편안하고 금세 그리워진다. 김영갑 작가가 사랑했던 오름 사진을 보고만 있어도 감동이 밀려온다. 가을, 겨울에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진심, 제주!>는 제주에서 생활하며 제주 곳곳을 탐방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글을 읽다 보면 다방면으로 지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내용이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아서 편하게 읽었다. <진심, 제주!> 같은 제주 에세이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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