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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 - 엄마 과학자 윤정인의 생활 밀착 화학 탐구서
윤정인 지음 / 푸른숲 / 2022년 9월
평점 :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지만, 화학과 관련된 일을 한 적도 없고 졸업 후로 화학책을 읽은 적도 없다. 중고등학교 때는 화학이 재미있었지만, 대학교에서 들었던 전공과목들은 도무지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공부로써의 화학은 머리가 아팠지만,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많은 것들이 화학의 결과라는 사실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엄마이자 화학자인 윤정인 저자의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이야기>는 화학 제품을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생활 밀착 화학 탐구서'라는 부제가 붙어 왠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펼쳐 보게 되었다.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이야기>는 지키는 화학, 안전한 화학, 쓸모 있는 화학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차례만 보아도 해열제, 소독제, 자외선 차단제, 플라스틱, 불소, 테플론, 화장품, 락스와 비누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 나온다.
저자가 화학 물질과 제품이 만들어지는 원리부터 유해성에 대한 개념, 화학 제품을 더 안심하고 쓰는 방법 등 일상생활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점들을 최신 과학의 눈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집에 구비해 둔 해열제를 한두 번 먹이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릴 정도로 열이 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유치원에 입학한 후로는 열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놓고, 수시로 체온을 체크하고, 38.5도 이상이면 해열제를 먹인다.
책에서는 열의 개념과 원리부터 시작해서 해열제의 종류까지 알려 준다. (참고로 저자는 보통 아이가 열이 39도가 넘으면 해열제를 준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유익해서 편하게 읽혔고, 다음 내용도 궁금해졌다.
코로나19 이후로 마스크와 소독제는 필수품이 되었다. 저자는 소독, 살균, 멸균 세 단어의 정확한 의미, 손소독제를 구입할 때 확인할 것들을 알려 주고, 분무형 액상 소독제는 호흡기에 위험하며, 손소독제보다 차라리 손을 자주 씻으라고 한다.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제때 교환하지 않으면, 필터의 자석 능력이 점점 떨어져서 붙어 있던 세균이나 각종 먼지가 도로 튀어나올 수 있고, 아무리 공기청정기가 내부 공기를 순환시킨다 한들 환기에는 비할 수가 없단다.
자외선 차단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햇빛의 양면성을 말하며 자외선을 언급한다. 학창 시절의 교과서를 보는 듯 표와 그림이 나와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방식이 다른 무기자차(무기 자외선 차단제)와 유기자차(유기 자외선 차단제), 자외선 차단 지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우리 몸에 더 유익하고, 세정제로 꼼꼼하게 세안하는 게 중요하다.
무거운 금속인 중금속을 말하며 화학 시간에만 보았던 주기율표가 나온다. 중금속은 알록달록 색깔이 있는 장난감이나 페인트, 물감, 크레파스에서 검출될 확률이 있다고 한다. 물감의 독성 여부를 판단하는 ACMI(미국미술과창작재료학회) 인증마크에 대해서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충치 예방 효과가 있는 불소와 독성 물질로 오해 받아 위험한 물건으로 낙인찍힌 '테플론' 프라이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코팅 프라이팬을 안심하고 쓰기 위한 방법도 소개한다.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은 같다, 천연 계면활성제와 합성 계면활성제는 기능과 용도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물로는 절대 세균이 충분히 씻기지 않으므로 계면활성제가 꼭 필요하다 등 계면활성제에 대한 이야기도 유용하다.
3부 쓸모 있는 화학에서는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화장실에서 쓰는 락스와 비누, 청소나 세탁에 활용하기 좋은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관심 있게 읽었다.
비누는 계면활성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할 수 없다. 그러니 공공장소에 있는 비누를 겁내지 말고 손을 씻자. 싱크대 청소나 주방용품 세척에 유용한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와 표백 효과가 있는 과탄산소다는 단독으로 세척 또는 세정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세제와 함께 쓰라고 한다. 구연산(시트르산)은 식초 대용품이며, 장점은 물때 제거다. 석회질 제거는 식초로도 충분하지만, 냄새가 나는 단점이 있다. 간혹 청소할 때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함께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염기성과 산성 물질의 만남이므로 둘을 합치면 물이 된다. 때를 제거하려면 둘 중 하나만 사용하라고 한다.
뚝배기나 실리콘 제품, 나무 도마 등 간단한 주방 위생 관리에 대한 내용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물론이고, 모두가 한 번쯤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