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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평점 :

나는 여행에세이를 좋아한다. 내가 가본 곳에 대한 이야기는 여행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가보지 않은 곳의 이야기는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멋진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사진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스페인 반년살이'라고 해서 스페인에서의 이야기만 담긴 책인 줄 알았다.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의 저자 레나는 스페인 발렌시아에 머물며 학원을 다니고, 중간중간 여행도 한다. 발렌시아에서의 일상뿐 아니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모로코 등 다른 나라의 여행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책을 넘기면 앞부분에 마치 소설이나 만화처럼 등장인물 소개가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이름이 나오면 등장인물 소개를 다시 한 번 찾아봤다.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여러 명의 캐릭터를 기억할 수 있었다.

300쪽 정도 되는 책에 사진이 많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사진이 많이 담긴 여행에세이가 책장이 잘 넘어간다.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이 얼마 없는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를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웬걸. 읽기 쉬운 문체여서 글이 술술 읽혔다. 10년 전에 홍대 상상마당에서 여행작가의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10주간의 수업 마지막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에피소드를 A4 한 장 분량으로 써오기가 숙제였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참 어려웠다.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를 읽는 동안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레나는 카우치서핑을 통해 여행자들 모임에 다니며 친구를 사귄다. 비싸고 멀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집에 살게 되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여 한국 음식도 대접한다. 밤 9시 전에는 만나기 힘든 시모나와 마드리드를 여행하고, 어학원에서 만난 인연으로 스위스 여행에서 돌로레스의 집에 머문다. 10년 전에 여행하며 안 좋은 기억만 가득한 이탈리아를 한국에서 온 친구 옥과 함께 다시 여행한다. 혼자서는 나폴리, 폼페이, 시칠리아, 그리고 시모나가 살고 있는 바리까지 간다.

여행하는 동안 혼자였던 적은 거의 없고, 누군가와 만난다. 기차에서 숙소에서 어느 장소에서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혼자가 아니다. 모로코와 오스트리아, 독일까지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면서 레나의 경험과 말솜씨에 푹 빠져버렸다.
스페인에서 먹고 놀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친구과 되는 스페인 현지 적응기, 그리고 스페인에서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짤막하게 들어가는 대화체나 레나의 일러스트도 읽는 재미, 보는 재미를 더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예전 일을 회상하는 부분의 글자 색상이 너무 옅다. 조금 더 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