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 -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명화 에세이
이영춘 지음 / MiraeBoo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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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들어간 '그림', '산책'이란 단어도 좋았고, 포근한 느낌의 표지 그림(르누아르가 그린 <고양이를 안은 줄리 마네>)도 마음에 들었다. '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이라서 저자에게나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은이 소개에서 '초보 아빠'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는 동안 딸에 대한 아빠의 무한한 사랑이 느껴졌다. 특히, 3장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는 딸의 이야기로 시작해 딸의 이야기로 끝난다. 딸을 가진 엄마로서 나 역시 3장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은 조금 더 자세히 보았다.

저자는 그림을 바라보며 위로를 얻는다고 한다. 딸이 힘들고 지칠 때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을 썼다고 한다. 홀로 서있는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그림으로 인해 내면의 우울감이 많이 사라졌다며, 그 경험을 독자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는 저자. 마음이 따뜻한 아빠를 둔, 그의 딸이 부러워진다.




저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떠오르는 명화를 소개한다. 출근길에 내리는 비를 보며, 카유보트의 <비 내리는 예르>와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을 생각한다. 질병을 생각하며, 누이의 죽음을 그림으로 남긴 뭉크를 떠올린다. 직장인의 월요병을 이야기하며 에드가 드가의 <발레 대기실>을, 퇴근 후에 산책하며 클림트의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를 떠올린다.


내가 좋아하는 명화 중 하나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다. 책에 나온 그림을 보며 다섯 살 딸아이가 엄마 휴대폰에 있는 그림(폰케이스 디자인이 그렇다)이라고 알은척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는 클림트의 그림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모를 것 같은 그림 스타일이다.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따뜻한 풍경화다.




밀키트 얘기를 하다가 '신고전주의'와 '인상주의'를 말한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주제가 명확한 신고전주의 그림을 보여주고, 모네의 <인상-해돋이>로 애매모호한 형태의 인상주의 그림도 보여준다. 퇴근길에 힐링하며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를 떠올리고, 치과에 갈 때는 워터하우스의 <판도라>가 떠오른다고 한다.

1장은 그림을 읽는 일상, 2장은 그림이 필요한 순간들이다. 2장은 저자가 마지막 출근을 하고 육아 휴직에 들아간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이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많이 봐왔던 그림이지만, 화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빛의 화가'로 불리고, 17세기 네덜란드 시민들의 삶을 그린 페르메이르와 '화가 중의 화가'로 불린 스페인 대표 화가 벨라스케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으로 선정되었다는 <시녀들>을 해석해주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는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나도 좋아한다. 프랑스에서 파리를 여행하고, 한 군데 더 들른 곳이 아를이었다.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 속 카페를 찾아갔을 때의 기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3장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는 저자의 딸이 태어나고 육아하면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아이의 이름을 짓고, 캄캄한 새벽에 우는 아이를 달래고, 목욕시키던 욕조가 작아진다. 반 고흐가 막 태어난 조카를 위해 그린 <꽃피는 아몬드 나무>, 렘브란트가 그린 <성가족>, 베르트 모리조의 <정원에 있는 아빠와 딸> 등 따뜻하고 흐뭇해지는 그림들이 많이 나온다.

<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에는 외국 화가의 그림뿐 아니라 조각, 한국화도 소개한다. 작품 소개에 앞서 저자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들려주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어려움이 없었다. 역사와 예술이야기, 화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림 해설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힘들고 지쳐서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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