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부엌 - 딸에게 건네는 엄마의 따뜻한 위로
진채경 지음, 선미화 그림 / 시그마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이 말하는 엄마의 요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정감있는 음식 그림을 볼 수 있다니 <엄마의 부엌>을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부엌에서 파를 썰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 불 위에는 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굽고 있을까? 따뜻한 느낌의 표지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 꼭 읽고 싶었다.

조그만 부엌 안에 채워져 있는 엄마와의 기억. 저자는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와 둘만 아는 맛의 추억을 책 한 권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녀에게 <엄마의 부엌>은 얼마나 값진 책일까.




알싸하게 매운 꽈리고추와 짭조름한 간장양념이 버무려진 고추물금(꽈리고추찜), 양은냄비째 먹는 것이 더 맛있는 갱시기죽(김치콩나물죽), 걸쭉한 들깨미역국, 시원한 육수와 새콤달콤 양념장에 섞어먹는 우뭇가사리 등 음식을 맛깔스럽게 설명하고 있어서 입안에 군침이 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에 우리 엄마가 요리해준 음식들이 생각났다. 학교 급식이 생기기 전에 내 기억으로는 고1 때까지 도시락을 들고 다녔는데, 점심 저녁 도시락에 아빠와 여동생도 쌌나. 엄마가 하루에 4개의 도시락을 싸시던 때도 있었다. 그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지금 나보고 도시락을 싸라고 하면, 매일 하나의 도시락 싸기도 버거울 것 같다.


요리를 잘 하시는 엄마는 가끔 간식도 싸주셨다. 고2 때, 참기름 바른 쑥떡을 싸주셔서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나눠먹은 기억이 난다. 요즘도 1년에 한 번쯤, 시골에서 캔 쑥으로 쫀득쫀득 쑥떡을 만들어 주신다.

가족 모두 모인 저녁 밥상엔 삼겹살을 구워 김치와 함께 볶은 삼겹살김치볶음이나 부추와 양파, 마늘과 볶은 훈제오리가 자주 올라왔던 것 같다. 결혼한 지금, 나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자주 볶아 먹는다.




1년에 한 번, 엄마는 아직도 김장을 하신다. 우리는 그냥 사먹겠다고 해도 와서 가져가라고 하신다. 손에 꼽을 정도로 김장을 돕기는 했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김장 후에 먹는 수육은 정말 꿀맛이다. 어릴 때는 익은 김치를 좋아했는데, 마흔이 된 지금은 갓 담근 김치가 맛있다.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주셨던 피자, 돈가스, 김밥, 카레, 김치전, 사골국, 누룽지 등 저자의 이야기와 겹치는 내 추억도 떠오른다. 그 외에 초등학교(나 때는 국민학교였다) 저학년 때 처음 맛보았던가. 엄마가 해주신 밀가루빵이 생각난다. 밀가루, 계란, 우유를 반죽하여 찜통에 찐 빵이었는데, 커서 다시 먹어본 빵은 그 옛날의 맛이 나지 않았다. 엄마의 손맛이 바뀐 건지 내 입맛이 달라진 건지 알 수 없다.




엄마가 해주신 음식 중 신랑과 내가 좋아하는 김밥. 어릴 때부터 수십 번은 싸주신 김밥을 고마운 줄도 몰랐다. 갖가지 재료를 넣고 열심히 말아주신 김밥을 먹기에만 바빴다. 김밥 한 줄 제대로 말아본 적 없는 내가 어느덧 유치원에 입학한 딸아이의 소풍 도시락을 고민하며,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저자의 떡볶이 기억처럼 나도 우리 엄마의 떡볶이는 맛이 없었던 것 같다. 사먹는 떡볶이처럼 적당히 자극적인 맛이어야 맛있는데, 엄마의 떡볶이는 건강한 맛이었다. 나도 떡볶이 만들기는 계속 실패하다가 레시피를 검색하여 맛있게 만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가지무침이나 잡채 등 어릴 적에 좋아하지 않던 반찬을 지금은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 다섯 살인 딸아이가 안 먹는 반찬이 많은데, 조금 더 크면 잘 먹겠지, 하는 마음이다. 결혼 후에 친정에 가면, 엄마는 나가서 맛있는 것 사먹자고 하실 때가 많다. 그런데 다양한 요리를 하지 않는 나는 엄마 음식이 먹고 싶기도 하고, 집밥을 선호한다. 그러면 엄마는 못 이기는 척 뚝딱뚝딱 그리웠던 음식을 해주신다. 저자의 추억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손맛 좋은 우리 엄마의 수많은 음식도 떠올릴 수 있었다. <엄마의 부엌>은 맛있는 책, 따뜻한 책이다.



#엄마의부엌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