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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여행
얀 코스틴 바그너 지음, 유혜자 옮김 / 들녘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으스스하다. 검붉은 하늘 아래 달빛에 의존한 상황 설정이 무언가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제목은 물론이고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추리소설이라면 어느 나라 작가가 썼는지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상관하지 않고 좋아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도 못한 채 숨을 죽이고 좌우로 눈을 굴리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그 순간이 너무 짜릿하고 흥미진진하다. 잠시 책을 덮고 다른 일을 할라치면 다음 내용이 궁금하여 다시 책을 잡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범인을 밝혀내는 데 중점을 둔 것에 반해 '야간 여행'은 초반부터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주인공 마크가 저지르는 살인사건의 과정을 천천히 하지만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보여준다. 맙소사. 지루하지 않을 정도라니. 문득 마크의 정신 세계며 뇌 상태가 궁금해진다. 밖으로 달려나가 터뜨리는 미친 듯한 그의 웃음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아 소름이 돋기도 했다. 주의를 기울여 생각해보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할 이유도 아닌 것 때문에 살인을 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짓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쓰기는 했지만 자신의 소설을 형편없다고 한 이유로 먼 친척을 죽이고, 자신이 반해버린 젊은 여자의 나이든 남편을 치밀한 계획으로 살해한다.
범인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기 전까지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가 범인일 거라는 추측을 아무도 하지 못하다니. 혼자서 모든 걸 진행시키는 미친 남자가 잔인하면서도 애처롭기만 한 이유는 왜일까.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크를 이해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