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신 관련 책을 읽다가 태아에게 동시를 읽어주면 좋다는 말을 보았다. 초등학교 졸업 선물로 받았던 동시집이 있었는데, 결혼하고 이사하면서 버렸는지 보이질 않더라. 동시 대신에 태교동화만 여러 권 읽어주었다. 그러던 중 <시 읽는 엄마>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임신 전에도 제목에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책에 눈이 갔지만, 임신하고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시 읽는 엄마, 엄마라는 무게 앞에 흔들릴 때마다
시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습니다

엄마라는 위치가 얼마나 힘든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시는 얼마나 위대한지 책 표지만 보고도 알 수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딸아, 너와 닿으면 희망이 보여 ; 에 관한 이야기
2. 가끔은 엄마도 위로가 필요해 ; 엄마로서 의 이야기
3. 엄마, 곁에 계실 때 더 잘해드릴걸 ; 내 엄마에 관한 이야기

우선 시를 소개한다. 세계적인 고전 명시, 현세대의 세계 명시, 한국 대표 시인의 작품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인의 작품들.

그리고 시와 연결지어 신현림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딸을 임신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어서 더욱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딸이 곁에 있어 견디고 인내할 수 있었다. 그 위대한 사랑의 능력은 엄마가 되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5p)

생계부터 육아까지 1인 5역을 하며 고단하고 속상한 엄마, 자기를 떼어놓고 일하러 가는데도 울고 보채지도 않는 어린 딸이 안쓰러우면서도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란 딸이 너무 예쁘다.


옆에 있는 딸을 꼭 껴안았다. 이렇게 껴안을 땐 서로 부드러운 스펀지가 되어 각자가 가진 염려와 슬픔을 빨아들인다. 딸과 내가 껴안는다는 건 ' 엄마는 네 속에 있을 테니, 언제 어디서든 두려워하지 마 ' 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 곁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기쁨은 돈으로도 셀 수 없을 만큼 애틋하다. (53p)

신랑 회사일이 바빠서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출근하면, 나 혼자라는 느낌이 강했다. 임신 후기가 되고 보니 불러온 배 만큼 태아의 존재도 커졌나보다. 출산을 한 달 앞둔 지금은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안다.


엄마는 자식과의 정을 먹고 산다. 그렇게 엄마는 자식으로 인해 다시 태어난다. 내가 내 딸의 엄마가 됨으로써 어머니의 소중함을 느낀 만큼, 내 딸에 대한 애정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따금씩 이렇게 묻는다. '내 딸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내 피붙이가 있다는 사실이 이리도 다정하고 따뜻할 수 없다.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딸이 주는 경이로움이 이렇게 클지 처녀 시절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내 안의 씨앗이 어느새 자라 걷다니……. 직립 인간으로 성장하기까지 순간순간 맛보는 인생의 신비. 내겐 이 모든 순간이 하나의 기적이었다. (130p)
 
갓난아이를 어찌 키워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함을 나도 곧 느끼겠지, 세상 모든 어둠이 우리 딸을 피해가기를 바라겠지, 딸이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둘 만의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밤새 수다 떨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


엄마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매일 하며 살아도 아쉬운 인생이다. 입으로 자꾸 되뇌다 보면 처음에는 힘들어도 잘하게 된다. 표현하지 않는 애정은 애정이 아니더라. 표현의 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더라. 자식이 먼저 던지는 사랑의 인사는 엄마의 인생에 큰 용기가 된다. (164~167p)

난 엄마에게 살갑게 하질 못한다. 신랑이 항상 장모님 안아드리라고, 메시지 보낼 때 하트도 보내드리라고, 한다. 엄마도 그런 나를 아니까 애 낳아 보면 알겠지, 하신다. 자식을 키우면, 엄마를 더 생각하고 더 이해하게 되겠지?


나는 내 딸을 책 많이 보는 사람으로 키우는 게 꿈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무릎에 앉혀두고 이솝우화며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려고 애썼다. 인생을 좀 더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2p)

나도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내 딸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엄마 아빠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며 책 읽을 환경을 만들어주고, 장난감 대신 책을 손에 쥐어주고 싶다. 주말이면 손잡고 도서관에 가서 책구경도 하고, 서점에 가서 읽고 싶어하는 책도 사주고 싶다.



<시 읽는 엄마>는 단순히 시를 읽는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다. 엄마가 되고서 눈물이 많아진 그녀가 세상일에 치여 지친 날, 시를 읽으며 위로 받고 마음을 다잡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