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1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모처럼 정말 좋은 책을 읽어 기분이 흐뭇하다.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의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가 국내 출간된지 벌써 3년이나 지났건만 이제야 읽은 것이 무지 후회된다. 아~! 정말 생기 넘치고 신선한, 깊은 감동이 있는 작품이었다. 어찌 보면 잔잔한 내용이 좀 심심하다고 느낄 분들도 있겠지만, 요즘 본인 상태가 갖은 압박(취업 및 애인 급구)에 시달려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에 오히려 맞춤형 줄기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점은 단 한 마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밀림과 사막, 사자, 악어, 토인, 주술 등의 원시적인 것들만 무심코 떠올리는데, 사실 현대 아프리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여기 아프리카 남부에 보츠와나라는 나라가 있다. 다이아몬드가 많이 나서 국가 경제도 탄탄한 편이고, 1960년대 초까지 그들을 지배하던 영국군이 철수하자 아프리카에서 거의 유일하게 민주화를 이룬 나라기도 하다. 따라서 국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 명예로운 보츠와나 국민 중에 한 삼십 대 여자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탐정사무소를 개업했으니 여기가 바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다. 넘버원 여탐정의 이름은 음마(아프리카에서 여성들에게 쓰는 경칭) 라모츠웨...음마 라모츠웨는 한 번의 결혼 및 이혼 경력이 있는데 난봉꾼 같은 남편의 폭력에 신음하기도 했고, 단 5일간 엄마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다.(자세한 이유는 나오지 않는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곧 죽은 것 같다.) 비록 라모츠웨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지만 늘 새로운 태양이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대지를 딛고 사는 여인답게, 열심히 씩씩하게 살아 나간다.

 

음마 라모츠웨가 탐정 생활을 하면서 의뢰인들이 가져오는 소소한 사건들, 이를테면 남편이 정말 바람이 났는지 알아봐 달라든지, 부자집 딸아이가 만나는 남자 친구는 누구인지 알아내라는 등의 사소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중요한 사건들을 대신 수사해 주는 것이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뛰어난 추리력이나 기발한 트릭 등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미스터리 팬들이라면 대부분 비밀을 짐작할만 한 내용의 단순한 사건들이다. 하지만 음마 라모츠웨가 수사 과정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직감과 유머 감각,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이 읽는 내내 독자의 가슴에 훈훈한 온기를 전해 주는 것이다.

 

아직은 사회적 모순이 많이 남은 아프리카에서, 아직은 힘없는 약자인 여성으로써 또한 탐정으로써 유쾌하게 살아나가는 라모츠웨의 모습이 아름답다. 라모츠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대자연을 가슴 깊이 사랑한다. 그녀는 은퇴하고 나서는 대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것임을 꿈꾸는데, 기계같이 바쁘게 돌아가 여유가 없는 현대 도시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어떤 것이 진짜 삶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아프리카를 찬양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프리카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 등을 고발하는 준엄한 시선도 잃지 않고 있다. 작품 중에도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프리카에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많아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지나쳐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절대 그럴 순 없다."

 

흔히 보는 추리소설, 탐정소설과는 조금 다른 작품인 것 같다. 각양각색의 사건들을 해결해내는 과정에서 음마 라모츠웨라는 여성이 보여주는 온화함과 지성은 폭력적이고 무능력한 아프리카 남성들과 대비된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진짜 여성주의에 입각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아직도 주술이나 인신매매, 도둑질 등이 만연한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한 고발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음마 라모츠웨의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다. 라모츠웨의 과거는 비록 힘들었지만, 따뜻한 차와 베란다에 앉아 즐기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 그리고 좋은 친구들, 다시 시작될 것 같은 사랑 예감...이런 것들이 있기에 오늘의 그녀 역시 찬란한 태양처럼 빛나는 것이 아닐까...

 

작가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는 이 작품으로 크게 유명해 졌는데, 스코틀랜드 사람이다. 현재 라모츠웨 시리즈를  7편 정도 썼고, 다른 시리즈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의 거의 유일한 아쉬움이 실제 아프리카 여성이 쓰지 않았다는 건데, 이 남성 작가도 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니 조금은 벌충이 된다.

 

미스터리의 범주로 좁게 보면 점수를 높게 줄 수는 없겠지만, 한 편의 재미있고, 문학성 뛰어난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강하게 추천드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라모츠웨의 대사는 정말 여름날 소나기 같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다소 충격적인 외모의 작가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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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2009-06-2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밌어요.

jedai2000 2009-07-0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게 얼마 전에 쓴 리뷰인가...잼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밤 그리고 두려움 1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코넬 울리치, 우리에게는 필명인 윌리엄 아이리시로 더 유명한 작가입니다. 누가 붙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리소설 팬들에겐 익숙한 세계 3대 추리소설 중의 한 편인 <환상의 여인>을 썼지요. (참고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이 나머지 두 편입니다. 저는 이 랭킹에 꽤 동의하는 편입니다.)

 

작가는 굉장히 불우한 인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건강도 안 좋았고, 작가로서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의 그 작가)처럼 성공 가도를 질주하지도 못했죠. 어머니와 단둘이 평생 호텔에서 음울한 삶을 살았다네요.

 

그래서 그런지 작풍도 굉장히 쓸쓸하고 음울한 편입니다. 가끔 사랑하는 연인을 그릴 때, 낭만적인 색채가 뭍어나올 때도 있지만 그건 그가 꿈꾸었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도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사랑...그의 소설의 배경은 대부분 밤입니다. 별이 빛나고 달이 빛나는 밤이 주는 따뜻한 낭만,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깜깜한 밤의 음침함, 범죄로 얼룩진 밤의 끈적끈적함 등 그는 밤을 잘 알았고, 밤을 사랑했습니다.

 

여기 그가 천착한 밤을 배경으로 하는 7편의 단편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최초로 소개되는 울리치의 단편들입니다. 울리치의 애잔함과 쓸쓸함을 좋아하셨던 기존의 팬분들이나, 이 단편집으로 그를 처음 알게 되는 분들 모두 인상 깊은 독서가 될 것임을 보장하는 작품들이 여러분 앞에 놓여 있습니다.

 

<담배>는 마피아의 조무래기 심부름꾼이 주인공입니다. 심부름꾼은 마피아 보스의 명령을 받고 상대 조직 보스에게 담배를 건네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 담배에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마피아 보스가 상대 보스를 제거하기 위해 수작을 부린거죠. 심부름꾼은 우연히 담배가 없어 애를 태우는 애연가를 만나게 되고 기분 좋게 담배 한 개피를 건넵니다. 청산가리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말예요.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담배를 준 남자를 찾아나섭니다. 도시를 질주하면서 말예요. 쓰고 보니 <독약 한 방울>이라는 작품과 비슷한 플롯이네요. 이 작품은 우연이 지배하는 세계라는 울리치의 세계관이 드러납니다. 심부름꾼은 우연히 남자에게 담배를 주고, 남자는 또 다른 남자에게 우연히 담배를 주고...우연은 우연을 낳아 결국 어떤 이에게 돌아가고 맙니다. 여기서 우리는 마음 먹은 대로 뜻한대로 되지 않는, 우연이 지배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깊이 느끼게 됩니다.

 

<동시상영>은 애인과 영화를 보러 온 형사가 애인 옆에 앉은 남자가 탈주범임을 깨닫고 벌어지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탈주범은 곧 애인을 인질로 잡고, 탈주극을 벌입니다. 위에서도 울리치가 낭만적인 연인의 이야기를 잘 다룬다고 했는데, 여기서의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어떤 위험도 불사하는 멋진 남자입니다. 30년대 작품이지만 요즘 인질 영화보다 훨씬 스릴이 넘칩니다. 울리치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손톱을 물어 뜯으며, 책장을 시속 10km로 넘기는지를 알았던 서스펜스의 대가였다는 걸 깨닫게 해 줍니다.

 

<횡재>는 싸구려 카페에서 시작됩니다. 마시라는 커피는 안 마시고  설탕만 뒤적이는 한 사내가 있고, 그런 그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노숙자가 있습니다. 노숙자는 자기 앞의 설탕도 한 번 뒤적여보지만, 뜻 밖에 설탕 속에서 나오는 건 다이아몬드 목걸이입니다. 설탕을 뒤지던 사내는 강도로, 도주 중에 다이아몬드를 설탕 그릇에 숨겨둔 것입니다. 이제 따뜻한 밥 한끼면 안분지족했던 노숙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손에 넣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합니다. 일상적인 사건에서 비일상적인 공포를 이끌어내는 울리치의 노련함을 볼 수 있습니다.

 

<용기의 대가> 역시 뛰어난 단편입니다. 평범한 순찰경관은 거물급 범죄자의 범죄 현장을 목격합니다. 거물급 범죄자는 거금을 주며, 출세를 보장할테니 그 입 다물라!라고 합니다. 사회 윤리와 경찰이라는 자신의 직업 의식이라는 무게에 짓눌리면서 그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합니다. 무엇이 옳은 일일까, 하고 말입니다. 결국 옳은 판단을 한 그가 벌이는 모험담이 긴장감 넘치게 펼쳐집니다. 아무리 우울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결국 선(善)이 이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울리치는 낭만적인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목숨을 걸어라>...내기꾼 남자가 여느 때처럼 내기를 겁니다. 평범한 두 사람에게 일주일 안에 살의를 불러 일으켜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들겠다고 말입니다. 말도 안되는 황당한 내기라고요? 글쎄, 어떨까요? 내기는 점점 발전하고, 사태는 의외의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흥미로운 초반 플롯에 비해 약간은 평범한 마무리로 무난하게 맺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재미없게 보았던 단편입니다.

 

<요시와라에서의 죽음>은 정말 신나는 활극입니다. 울리치가 이런 B급 모험담을 썼을 줄이야. 초기작이고, 확실히 그의 걸작에 비하면 수준 차이가 나지만 재미만은 확실합니다. 인디애나 존스+마이크 해머 같은 미군 수병이 일본에서 휴가를 보냅니다. 그는 살인 누명을 쓴 미국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닌자같은 일본 살인 청부업자와 대결합니다. 그가 닌자(?)를 제거하고 한 말이 걸작입니다.

"싸움은 무슨? 오늘 밤 내내 남자답게 속 시원히 한판 싸워보지도 못했는데요. 물어뜯는 놈이 없나, 엄지손가락을 잡아 비트는 놈이 없나, 커튼 뒤에서 뒤를 노리는 놈이 없나....온통 이런 놈들 뿐이었다구요!"

 

<엔디코트의 딸>은 걸작입니다. 정말 잘된 단편입니다. 울리치가 쓴 수백편의 소설 중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했다는데 정말 그럴 듯 합니다. 존경받는 경찰서장 앤디코트가 살인 현장에서 발견한 건 자신의 딸이 관련되었다는 증거 뿐입니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증거를 없애야 할까요? 투철한 직업 윤리로 딸을 잡아넣어야 할까요? 역시 해답을 알 수 없는 선택의 문제에 빠져버린 앤디코트 서장, 그는 딸에 대한 사랑으로 자꾸만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마지막에는 대폭주까지...결말엔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간 튼튼한 무쇠 바이스처럼 조여 들었던 긴장이 한 번에 해소되는 시원한 결말입니다. 앤디코트 서장에 감정이입해보면 정말 악몽같은 작품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형사>는 완벽한 느와르 작품입니다. 이쪽 장르에도 울리치가 꽤 영향을 끼쳤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출세지향적인 윌리엄 브라운 형사와 그의 죽마고우이자 성실함 밖에는 내세울 게 없는 '느림보' 조 그릴리 형사가 등장합니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대비되는 두 사람의 성격을 극명히 묘사한 후, 결국 같은 경찰로 대결하게끔 만들어 버립니다. 야비한 출세지향 형사와 단단한 심지의 형사의 긴장이 서서히 고조되다 마지막에 폭발합니다. 긴장감이 일품입니다. 마지막 결말은 완전 멜빌이나 오우삼의 영화 같습니다.

 

 

이상 7편을 대충 살펴 봤습니다. 울리치같은 뛰어난 작가를 평가한다는 게 저같이 과문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코넬 울리치는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20세기 그림자 속 시인, 글로 표현하는 히치콕이라는 원작의 편집자 프랜시스 네빈스의 말에 크게 동감합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우한 천재이자 밤이 주는 음울함과 낭만을 사랑했던 밤의 예찬론자, 위험한 일을 함께 헤쳐 나가는 남자들(특히 경찰들) 사이의 우정을 찬양했던 사나이, 사랑을 믿지 않았지만 사랑을 즐겨 다루었던 로맨티스트...이처럼 그는 많은 얼굴을 가진 작가입니다. 당신이 보는 울리치의 얼굴은 어떤 것인가요? 울리치의 우물에 일단 손을 담그면 그냥 나올 수 없습니다. 반드시 무엇인가를 건져서 나오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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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Kitty 2006-01-1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 듯.
환상의 여인은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에서 등을 돌리도록 한 작품이지만;;;
(다른 분들이 다 좋다고 하시니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단편집이라면 읽어보고 싶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jedai2000 2006-01-1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이제 2권을 읽어야겠네요.^^;;

키티님...제가 좋아하는 헬로 키티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이상하긴요. 저도 제가 짝사랑하는 여자한테 강추했다가 별로라고 하는 바람에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어요. ^^;; <환상의 여인>을 읽고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추리소설에서 등을 돌르시면 안되셔요..흑흑. 재미있는 작품이 아직 얼마든지 남아 있다고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왼쪽이 히가시노 게이고, 오른쪽은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 이토야마 아키코>

 

드디어, 드디어 히가시노 게이고 씨가 제134회 나오키 상 수상 작가로 결정되었다. 작가와 그의 많은 팬들이 마침내 숙원을 풀었다고나 할까...정말 어느 게이고 팬 분 말대로 떡이라도 해서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나오키상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데, 아쿠타가와 상과 더불어 양대산맥격이다. 권위있는 문예잡지 '문예춘추'에서 상을 주관하며 연애소설,추리소설, 사이언스 픽션 등의 대중문학 중 그 해 가장 뛰어난 작가의 작품에 수여한다. 일년에 두 번 수상한다고 한다. 참고로 아쿠타가와 상은 순수문학 계열에서 가장 뛰어난 신진급 작가의 작품에 수여한다. 우리가 잘 아는 무라카미 류 같은 작가도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이다.

 

데뷔 때부터 많은 상을 휩쓸었지만, 유독 나오키 상과는 인연이 없던 게이고이기에 그 기쁨이 사뭇 남다를 것 같다. 게이고가 높은 대중적 인기와 비평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나오키 상을 타지 못하는 건, 나오키 상 심사위원인 아토다 다카시(70년대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단편 추리소설의 명수)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백야행> <비밀> <짝사랑> <환야> <편지> 등으로 5번 물을 먹고 6번 만인 작년작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마침내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팬으로써 무엇보다 기쁜 건 <용의자 X의 헌신>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높은 일본소설의 인기를 반영하듯, 나오키 상 수상작들은 거의 모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가네시로 가츠키의 <GO>, 이시다 이라의 <4TEEN>등이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나오키 상 수상작들이다. <용의자 X의 헌신> 역시 국내에도 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을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수학의 천재인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가 살인을 저지르자 그녀를 위해 천재적인 수학적 두뇌를 짜내어 헌신한다는 미스터리 작품으로 읽은 사람들은 대부분 끝이 매우 슬퍼 울었다고 한다. 작가 자신도 발표 후 내 작품 중 베스트 5위 안에 들어갈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년 거의 모든 추리소설상을 휩쓸었는데 결정적으로 나오키 상까지 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미력하나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3편(<게임의 이름은 유괴>,<호숫가 살인사건>,<레몬>)의 편집에 참여했는데, 진작 수상이 결정됐다면 띠지 홍보 문구에 '나오키 상 수상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대문짝하게 넣을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히가시노 게이고 씨,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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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1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세입니다~ 그러니까 용의자 X를 볼 확률이 늘어나는군요^^ 퍼가요~

jedai2000 2006-01-1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만세삼창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작품을 놓친다면 출판사 접어야죠. 게이고 특유의 탁월한 재미에 화려한 수상 목록까지 보유한 작품인걸요. 무엇보다 우리 추리 마니아들에게 신나는 건 본격 추리물이라는 거죠..^^;; 읽어보신 분의 말씀에 의하면 탁월하면서도 신선한 트릭이 등장한답니다.

아영엄마 2006-01-18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아하는 작가의 수상이라니, 기쁜 소식이시겠군요.

한솔로 2006-01-19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에이전시에서 자료 돌리더군요ㅎㅎ

nemuko 2006-01-1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좋아라... 내부의 여러 이야기들도 있을테지만. 전 무조건 좋아요^^

jedai2000 2006-01-1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동서양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라 정말 기쁘네요. 제가 상 받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기쁠수가요..^^;;

한솔로님...솔로님이 계시는 곳에서 멋지게 내주시는 건 어떨지요? ^^;; 그쪽에서 일본 미스터리를 낸 경우는 없는 것 같지만 이번 기회에 화려하게 런칭을...^^;;

네무코님...저도 무조건 좋습니다. 뭐 게이고랑 누구랑 사이가 안 좋았다, 뭐 이런 이야기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한솔로 2006-01-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출판사에서 꾸준히 내주는 것도 좋은데, 저야 뭐 힘이있나요. 위에서 하라면 내는 거지요ㅎㅎ

jedai2000 2006-01-1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이 힘이 없으시다니요..ㅋㅋ 강력하게 주장하면 혹시, 어쩌면, 만약에 내주실지도..^^;;
 
티투스 - 베스타 무녀의 샘
장 프랑수아 나미아 지음, 도화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다빈치 코드>이후, 역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런저런 '썰'들을 내세우고 있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은 것이 아니고, 그 후손이 현재도 살아 있네, 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음모론과 온갖 확인되지 않는(확인될 수 없는) '썰'들만을 풀어놓는데 여념이 없다. 정말로 제대로 역사를 다룬 지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은 없는가 하는 회의가 들 시점에서 마치 보물과도 같은 <티투스>를 발견했다.

 

<티투스>의 작가는 장 프랑수아 나미아라는 사람으로 이름에서 대충 눈치챌 수 있듯이 프랑스 사람이란다. 국내에는 생소한 작가지만, 프랑스에서는 꽤 많은 독자를 보유한 대표적인 역사소설가라고 한단다.

 

<티투스>의 배경은 BC59년, 세계의 중심인 로마이다. 세계사 시간에 익히 들어본 당대 로마의 명사들이 다수 실명 출연한다. 그 유명한 세계사의 슈퍼스타, 카이사르와 그의 정치적 동지인 삼두정치의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도 등장한다. 심지어 카이사르를 나중에 암살하게 되는 브루투스는 주인공 티투스의 절친한 친구다. 이런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해 한결 친숙한 느낌이 드는 이 작품은 그럼에도, 딱딱한 역사소설이 아닌 짜릿한 추리소설이다.

 

로마의 귀족 티투스는 대대로 명가의 후손으로 명석한 머리와 많은 재산을 물려받고는 사냥으로 소일하는 팔자 좋은 청년이다. 사냥은 사냥인데, 대상이 주로 여자라는 게 좀 눈살이 찌푸려질 뿐...그러나 모두들 들떠 있는 축제날, 그의 어머니가 그의 방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단서는 그의 방에서 발견된,글씨를 쓰는 점토판 조각에 적힌 'LICI(리키)'라는 글자뿐...

 

어머니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티투스가 나선다. 그의 동지는 매력적인 연극 배우, 플로루스 단 한 명 뿐이다. 플로루스는 빈민가 태생의 미천한 신분이지만 변장의 귀재이며 용감하고 무엇보다 티투스에게 헌신적이다. 티투스와 플로루스 두 콤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빈민가, 화장터, 카이사르의 대저택 레기아를 비롯한 로마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당대 로마의 생활상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그것 만큼이나 자세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대 로마의 사회상을 잘 그렸다고 해도 중심이 되는 사건 해결 과정이 재미가 없다면 절름발이에 그칠 터...<티투스>는 그런 함정을 정말 잘 피해갔다. 티투스 어머니의 죽음에서 출발해 3명의 사람이 더 죽는데, 티투스 콤비의 조사는 치밀하고 마침내 진범을 알게 되는 순간의 추리도 논리적이다. 그렇게 발견된 진범의 정체 역시 대단히 충격적이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도 한 번의 반전이 더 기다리고 있음도 슬며시 조언하련다.

 

이런 책이야말로 정말 지적이고 재미있는 역사추리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으로 고대 로마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과 재미있는 추리게임,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골고루 배합된 영양 만점의 작품이다. 비교적 짧은 분량에 글씨도 과장 조금 섞어 호떡만해서 가볍게 읽기 좋은 소품이다. 물론 재미는 소품을 훨씬 뛰어넘지만 말이다. 작품 앞에 수록되어 있는 로마 시내 지도도 이쁘게 그려져 있어 주인공들의 행적을 짚어 가면서 읽으면 훨씬 재미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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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1-16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회사 있으면서 이런 얘기들을 못 들었을까요ㅎㅎ

jedai2000 2006-01-17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나오시면서 한 권 들고 나오셨겠죠? ㅋㅋ
재미있습니다. 꼭 읽어 보세요.

한솔로 2006-01-1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집에 없는 거 같아요. 담당자가 별로 재미없다고 해서 누구 준 거 같기도 하고... 그 회사 나오기 전에 챙겨야 할 책들이 제법 있었는데 나갈 때 애매하게 나가다보니 다 못챙겼어요. 흑흑

jedai2000 2006-01-1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담당자 분께서 본인이 만든 책을 재미없다니요? ㅋㅋ 보기 좋게 편집 잘 되어 있던데요. 지도도 이쁘고, 문장도 괜찮았어요 오타도 별로 없구요 ^^;; 그나저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다 챙기셨길 바랍니다.

bono 2006-07-22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 제게 주셨습니다...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죠. 감사합니다.
 



상황: 바닷가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두 형사.

(문체 비교에 등장하는 사람 이름, 지명 등 고유명사는 전부 허구입니다.)

 

1. 히가시노 게이고

 

 

  대중 문학계열에서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나오키 상에 6회 노미네이트된 현대 일본에서 가장 손꼽히는 엔터테이너 작가. 저서로 60여편의 소설들이 있으며 작품마다 다양한 플롯과 스토리텔링으로 늘 신선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문체 스타일은 날렵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이런저런 부연설명이 없는 만큼 그의 문체는 약간 심심하다는 평도 받지만 그만큼 빠르고 집중력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세이토 서에 시체가 발견됐다는 전화가 온 것은 오후 2시였다. 세이토 서는 조용한 어촌 마을인 세이토 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데, 워낙 작은 마을이라 이렇다 할 사건이 일년에 한 두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여름 관광철에 관광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싸움 등이 그나마 사건 다운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 명령을 받은 다카기 형사와 모리 형사는 즉시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으로 향하는 내내 다카기 형사는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아직 젊은 모리 형사는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젊은 여자들의 몸매를 보며 점수를 매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카기 형사는 일곱살 때, 부모와 함께 오카나와 바닷가를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파도에 떠밀려 온 익사체를 보고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그 이후 다카키 형사는 바다를 무서워했고, 바다 근처에도 가기 싫어했다. 하지만 공무원 신분인 관계로 순환 근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닷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인 모래사장에 도착한 다키기 형사와 모리 형사는 몰려든 사람들을 밀어내고 시체에게 다가갔다. 시체는 모래에 반쯤 파묻혀 있었는데, 아마도 파도에 모래가 씻겨 나가면서 그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시체는 많은 부분이 썩어 흉측해 보였다.

 

 

2. 교고쿠 나츠히코

 

 

   1963년생. <항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그는 음양사 추젠지 아키히코가 등장하는 '교고쿠도 시리즈'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교고쿠 현상'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구가했으며, 1,000페이지를 예사로 뛰어넘는 엄청난 볼륨을 자랑하는 작품들을 다수 출간했다. 문체는 그의 기묘한 작품 만큼이나 독특해, 다소 오버하는 듯한 감탄과 난해한 현학 취미로 가득하다. 읽는 동안 '교고쿠 월드'라는 별세계를 여행하게끔 만들어주는, 낯선 독서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문체이다.

 

그해 여름, 나와 동료인 모리 형사는 바다로 갔다.

그곳에서 본 것은 아아,

시체가 아닌가.

저 뻥뚫어진 두 눈...

아니다.

눈이 있었던 자리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두 눈이 있었던 자리는 이미 검은 허공만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잠깐...

검은 허공에서 꿈틀대는 움직임이 있다.

아아, 무언가 꿈틀대고 있다.

꿈틀대는 것은 이윽고 서서히 기어나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얗디 하얀, 구더기가 아닌가.

시체를 조사하러 온 우리를 맞으러 나온 것일까.

그 기괴한 모습에 나는 추워졌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아, 춥다. 정말 춥다.

 

 

3. 다카무라 카오루

 

 

  평범한 직장 여성이었지만, 취미로 쓴 소설들로 일약 유명해져 현재는 일본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마크스의 산>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더 이상 미스터리 소설을 쓰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미스터리 영역 바깥에서 다양한 소설들을 쓰고 있다. 문체는 기본적으로 꼼꼼을 넘어, 집요할 정도의 사실적인 묘사를 추구한다. 질려버릴 정도의 극단적인 사실주의는 그녀가 쓰는 깊이있는 작품 세계와 잘 어울린다.

 

 세이토 시는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60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총면적 52만평방미터에 불과한 작은 시였다. 세이토 시는 태평양에 면하고 있어, 시민들은 보통 어업과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세이토 해의 총수심은 50m, 살고 있는 어종은 130여종으로 주로 갈치가 많이 잡힌다. 봄부터 가을까지 세이토의 명물인 10마력 엔진 통통배를 타고 갈치잡이에 나서는 굳센 어부들의 모습이 바로 세이토를 상징하는 얼굴이다. 세이토 시는 지도를 보면 아무 특징 없는 원형이다. 중앙의 세이토 시청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관청 및 건물들이 퍼져나간 계획 도시인데, 1965년 도쿄 시의 인구 과포화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점 육성된 도시다. 세이토 시의 서쪽이 바로 세이토 해라고 불리우는 바닷가이다. 

세이토 시청에서 두 블럭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세이토 서에 119번으로 긴급 신고가 걸려온 것은 6월 17일 14시였다. 오호츠크 해 연안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여름 한시적으로 집중적으로 호우가 쏟아지는 장마가 시작될 즈음이라 날씨는 흐렸고, 무더웠다. 신고 전화는 바닷가에서 시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19세의 마쓰이 키요시로 집단 이지메 때문에 학교를 땡땡이치고 바닷가를 거닐다 시체를 목격했다고 한다. 세이토 서, 연락담당관은 즉시 살인과 2급 형사 다카기와 모리를 호출했다. 출동 명령을 받은 다카기와 모리는 다카기의 1991년식 카로라에 탔다. 카로라는 연비가 좋고, 효율적이라 다카기는 낡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바꾸고 싶지 않았다.

다카기와 모리는 현장인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시체는 석영이 60%함유된 모래구덩이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시체의 드러난 상반신은 대표적인 갈조류 식물인 미역으로 휘감겨 있어 마치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뻥 뚫린 눈에서는 금파리의 유충인 구더기가 스물스물 기어나와 그 통통한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4. 아카가와 지로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로 추리소설의 인기를 범국가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상당 부분 일조한 바 있다.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가로서는 늘 고소득자 랭킹의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의 장가는 바로 유머 미스터리. 얼룩 고양이 홈즈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얼룩고양이 홈즈'시리즈가 특히 유명하다. 작품수도 엄청 많고, 인기도 많은 행복한 작가. 문체는 유쾌,상쾌,통쾌하지만 유치한 면도 많다. 감각적인 유머와 재치를 담고 있는 문체라 생각된다.

 

 "형님, 오늘은 퇴근후에 맥주 한 잔 하죠?"

"누가 내는데?"

"저번에도 내가 샀잖아요. 이번엔 형님이 좀 내보쇼."

"이봐. 모리. 나는 식구가 11명이나 되는 대가족이란 말일세."

"또, 그 소리. 알았어요. 알았어. 제가 낼게요."

오늘도 다카기 형사의 승리다. 늘 맥주값을 두고 다투지만 다카기의 11명 대가족 이야기에는 언제나 모리가 손을 들고 만다. 그러나 모리가 모르고 있는 건, 다카기의 11명 대가족의 정체는 어느 집에나 있는 바퀴벌레라는 것이다.

오후 2시경 전화가 걸려 왔다.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출동한 다키기와 모리.

현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시체를 보았다.

"형님, 저 시체 좀 보쇼."

"음...썩어서 뼈가 보이는군."

"저거 보니까 뼈 내장탕 먹고 싶지 않으세요."

"원, 녀석 같으니라고. 시체 앞에서 진지하지 못하게스리. 선지도 추가해서 먹자구."

"자, 이걸 어쩌죠?"

"먼저 시체를 완전히 꺼내 보자고."

모리는 시체를 모래구덩이에서 서서히 빼냈다. 시체의 눈에서는 구더기가 기어나왔다.

"요놈, 우리가 반가운가 봐요. 인사하러 나오는데요. 하하."

"구더기한테 인사 받아서 좋겠네."

모리는 시체를 완전히 빼냈다. 모리는 시체를 안고 있었는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 시체의 두 손을 잡고 댄스를 춘다.

"사모님. 제비 한 마리 키워보시죠." 하면서..

"야! 모리, 너 미쳤어!"

다카기가 벼락같이 고함을 친다.

"예?"

"스탭이 그게 아니잖아. 슬로우슬로우 퀵퀵이야."

"아항!"

격렬하게 춤을 추다보니 시체의 목뼈가 부러졌다.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리는 시체의 목.

"헉. 어쩌죠? 시체를 훼손한 걸 알면 문책 당할텐데요."
"어쩌긴 뭘 어째. 그냥 다시 파묻어. 시체 발견 못했다고 하면 그만이지 뭐. 전화는 장난 전화였고."

"역시 형님이셔!"

"그보다 아까 맥주는 유효한거지?"

"그럼요!!!"

다카기와 모리, 두 사람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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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1-1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습니다^^ My best는 다카무라 카오루.

jedai2000 2006-01-10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 님. 감사합니다..^^;; 속편도 써야겠는걸요. 다카무라 카오루는 정말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그 분은 고베 대지진 이후에 사람이 죽는 글은 더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네요..T.T 현재는 고다 형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추리는 아닌 순문학(?)에 가까운 작품들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페일레스 2006-01-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퍼갑니다. ^_^

jedai2000 2006-01-1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페일레스님..^^;; 언급한 작가들 모두 대가들이니 앞으로 이분들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일본 미스터리 많이 사랑해 주세요..^^;;

베쯔 2009-05-06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즐겁게 읽었습니다. ㅎㅎㅎ
제가 왜 다카무라 카오루의 <황금을 안고 튀어라>를 읽으면서 머리에 쥐가 났었는지, 명쾌하게 이해됩니다.

jedai2000 2009-05-0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쯔님...다카무라 가오루의 <황금을 안고 튀어라>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머리에 쥐는 저도 났었답니다. 한 10여마리 뛰어다닌 것 같아요 ^^ 즐겁게 읽어주셨다니 오래전 쓴 보람이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