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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ㅣ 클래식 보물창고 43
생 텍쥐페리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평점 :
<어린 왕자>를 읽다보면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달게 되는것 같다. 성년이 된후 대학 써클룸에서 '코끼리를 잡아 먹은 보아뱀'을 그려놓고 나에게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 친구에게 '모자'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아직도 그 유명한(?) <어린왕자>도 안 읽어 봤냐며 비아냥거리는 말에 자존심이 상해 언니방에 꽂혀있던 그 책을 2시간 만에 읽어버렸다.
이후 그 유명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드디어 읽어 봤다는 안도감외에는 별다른 감흥도 느끼지 못한채 덮어버린 책은 내겐 그저 한권의 '제법 어려운 동화'일 뿐 이었다.
이 책을 14년만에 다시 꺼내든 지금,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써 그리고 한 남자의 부인으로써, 숨털같이 가벼운 웃음을 지닌 어린왕자를 다시 만났다.
두번째 만남이지만, 꼭 첫번째 만남 같은 어색함은 아마도 그 첫대면이 뱀의 허물을 보고 뱀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사로잡혔던 탓일게다
어른들은 너무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한다는 비행기 조종사의 말처럼, 어른들은 숫자세기만으 좋아한다는 어린왕자의 말처럼, 나는 처음에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면서 ' 이렇게 지루한 책을 왜 자꾸 읽어 달라고 한담' 하고 속으로 푸념한적이 여러번 있었다. 어른들 책과는 달리 담백하고 간략한 아이들의 동화를 눈으로만 쫓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소설보다 동화를 더 좋아하는 엄마가 되어 버렸지만, 아마 결혼전에 이 책을(어린왕자) 보았더라면 난 두번의 실패를 맛 보았을 것이다.
장미는 어린왕자를 길들였고 어린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고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네개의 가시를 드러내고 아름다움을 뽐내던 장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린왕자처럼, 계속해서 질문만 해대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비행기 조종사처럼 , 상대방의 가시 돋힌 말 조차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의 준비를 말하는 것일까?
황금빛 들판을 보고 어린왕자의 황금색 머리카락을 떠올리겠다는 여우처럼, 떠나온 별을 바라보며 두고온 장미를 생각하는 어린 왕자처럼,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며 어린왕자의 기분좋은 웃음을 생각하는 비행기 조종사처럼, 그렇게 상대방을 향한 마음...
어린왕자와의 만남을 마음으로 받아들였기에 자신의 장미가 있는 별로 떠나 버린 어린왕자를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던 조종사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남는다.
"만약 당신이 언젠가 아프리가의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중간생략)...
만약 그때 한 아이가 당신에게 오면, 그 아이가 웃으면, 그아이가 머리카락이 황금빛이면, 그아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 당신은 그아이가 눈군지 짐작하게 될것이다. 그러면 상냥하게 대하라! 나를 이토록 슬퍼하게 놔 두지 말고 그가 돌아 왔다고 얼른 편지해 주기 바란다."
이 부분을 읽고 생각해 보았다. 생텍쥐페리가 이 책에 나오는 비행기 조종사이고 그가 어린왕자를 만난 실화를 동화로 옮긴건 아닐까? 그리고 1944년 비행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은 그가 사실은 어린왕자를 찾아 지구를 떠났고, 지금은 네개의 가시가 있는 잘난체 하는 장미가 피어있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는 양을 쫓고 있는 어린왕자를 찾으러 우주를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님 지금쯤 어린왕자를 만나 그가 계속해서 해대는 질문 세례를 받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