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일기 책읽는 가족 48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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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보육원에 입소되는 아동들 대부분이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가 헤어져 가정파탄으로  부모는 있으나, 맡아서 양육 할 사람이 없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경우 여러가지 과정을 겪으면서 가지게 된 상처때문인지 오히려 태어날때 부터 고아가 되어 입소된 아이들 보다 마음의 문을 열기가 훨씬 어렵다. 

아마도 강희처럼 아무런 의논도 ,설명도 없이 갑자기 타인의 손에 맞겨져야 하는 자신의 처지와  부모에 대한 배신감이 맞물려 어른들에 대한 불신의 싹이 깊어진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작은집에서 지내야 하는 강희,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 가신후 동생을 돌보며 소녀가장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민주, 부잣집 딸이지만, 항상 엄마의 치맛폭에 싸여 모든걸 엄마의 뜻대로 움직여야 하는 마마걸 유나, 이렇게 세 사람은 지각을 한 벌로 청소를 하다가 친해져 우정을 지켜가는 의미로 '교환일기'를 쓰게 된다.

서로의 비밀까지도  솔직하게 공유해야 하는 교환일기 였지만,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유나와는 달리 강희와 민주는 숨길것이 많은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두 아이의 반응은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그저 말하지 않음으로써 자존심을 지키려는 민주와는 달리 강희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버린다.   배우가 무대에서 연극을하듯 진짜 삶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강희.  그래도 그에겐 보호해줄 작은엄마와 작은아빠가 있기에 강희보다는 소녀가장인  민주가 더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철부지 동생을 데리고 혼자 맞서야 하는 세상은 어린 민주에겐 늘 벅차기만 한것 같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꺽이지 않는 민주의 모습은  인상에 남는 장면이다.  도둑 누명을 쓴 동생 민철이의 누명을 벗겨주고 동생의 담임 선생님 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참 대견스러웠다. 뒤돌아 서서 울지만, 동생 앞에서 만큼은 씩씩한 누나, 보호자가 되어 주는 민주는 절대 가여운 아이가 아니었다.

그와는 달리 유나 앞에만 서면 거짓말의 강도를 높힐수 밖에 없는 강희가 오히려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을 완벽하게 꾸미기 위해 급기야 사촌동생의 저금통까지 훔치고 교실에서 주운돈을 - 나중에야 그 돈이 민주의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됨- 끝까지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점점 자신을 나락으로 내몰아간다.  민주의 고백이 담긴 교환일기장을 읽고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되는 강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이아이를 나쁘다고만 말 할수 있겠는가?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누에는 강희와 민주,유나의  모습이다.  누에가 단단한 고치를 뚫고 나와 날개를 가질수 있었던 것은 양질의 뽕잎을 착실하게 먹어두었던 그간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민주에게 복지관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경려가 뽕잎이 되었을것이고 강희에겐 친구의 용기있는 고백이 맛난 뽕잎을 역활을 했던것 같다.   유나 또한 엄마라는 껍질을 뚫고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한마리의 누에일 것이다.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 이제막 고치를 뚫고 나오려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역활이  고치를직접 깨뜨려 주는것이 아니라 고치를 깨뜨리고 나올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일 ,즉 뽕잎을 줄 수 있는 역활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아이들에겐 과잉보호도 무관심도 아닌 양질의 뽕잎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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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2-10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똘이맘님!
비록 가정의 파탄등으로 인해 불행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밝고 맑게 자라서 이 세상의 민물(이 세상의 소금기가 없는 물인 민물은 3%에 불과하답니다)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님의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아니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감싸 줄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중요하겠지요. 항상 사랑이 넘치시는 님의 아름다움이 상상이 됩니다. ^*^

똘이맘, 또또맘 2007-02-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네~ 오랜만이어요 호인님... 요즘 제가 너무 이기적이지요. 리뷰만 달아놓고 달아나 버리니... 오늘은 알라딘에 확인할것이 있어 잠깐 들어와 봅니다만, 요즘은 책 주문할때 빼곤 리뷰달때만 잠깐씩 들어와 봅답니다. 지금 하고 있는일(?) 마무리 되면 예전처럼 자주 찾아 뵙께요. ^^ ... 지금 저도 건질 건질 하답니다. 빨리 알라딘 들어오고 싶어서.... 기다려 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