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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하누 ㅣ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농가의 염소치기에서 대현자가 된 영웅 게드의 모험을 그린 '어스시...' 의 4편을 기다린지가 너무 오래되어 황금가지 에서 어스시 전집을 새롭게 펴냄과 동시에 4편인 '테하누' 가 출판되었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일단 기다리던 책을 받게 된건 만으로도 별3개 이상은 확보해 놓고. 표지가 썩 마음에 든다. 구판으로 보았던 1,2,3편의 책들은 2004년에 펴낸... 이미 절판이 되어버린 책인데, 3대 판타지에 속한다는 그 위상을 살리지 못한것 같아 못내 아쉬웠더랬다.(물론 내용은 너무 좋았다 .)
염소치기 였던 새매가 '게드'라는 참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본격적인 마법의 힘이 발휘되는 '어스시의 마법사'를 시작으로 유일무녀인 테나를 어둠의 세계로 부터 구출하면서 대현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2편인'아투안의 무덤'... 장차 왕위에 오를 레바넨과 어둠의 마법으로 혼란해진 세상을 구해내는 모험을 담은 3편인 '머나먼 바닷가'를 마지막 으로 읽고 4편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던가?
'테하누' 라는 비밀스런 말을 표지에 담고... 언제 베일이 벗겨질지 모르는 그 말을 둘러싸고... 이야기는 유일무녀였던 테나가 세월이 흘러 농가의 평범한 아낙으로 등장을 한다. 여기서 테나의 역활은 무엇인지 궁금해 지지 않을수가 없다. 3편에서도 거의 언급이 없었던 테나의 등장이 조금 의외 였기 때문이다.
의혹을 제기 하기도 전에 테나가 마을의 부랑자 들이 불속에 던져 버린 아이를 살려내어 양녀로 삼게 되면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것 같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게드의 스승이자 테나의 스승인 오지언의 죽음을 바로 곁에서 지켜야 했던 사람도 테나 였기에... 이제 더 이상 이 책에서 테나의 역활을 두고 왈가 왈부 할 필요가 없어질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내가 생각했던 역활보다도 더 큰 의미에서의 몫을 차지하고 있었던 테나... 그는 마법의 힘을 잃은(3편에서의 일로 게드는 마법을 잃게 되었다..) 게드를 옆에서 보살펴 주는 아내가 되어주고 반병신이 된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누구보다도 강인한 정신을 가진 여인으로... 오지언의 유언을 받든 사명을 뛴 여인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 아픈 것은 게드가 대현자로서의 마법이 상실되었다는 점이었다. 어찌 이런일이 있단 말인가? 그토록 이책을 기다렸던 것은 3편에서 용의 등에 실려 밝은세상으로 나온 게드의 새로운 모험과 마법의힘을 만나기를 원했던 것이다. 게드의 영웅담으로 이어지길 바랬던 기대는 너무나 연약해져버린.... 다시 염소치기가 되어버린 평범한 중년의 남자의 모습을 보며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하지만, 새로운 영웅은 또 다시 나타나기 마련... 로크의 현자들과 왕이 그토록 찾기 원하는'곤트의 한 여자' - 그렇다... 오지언 또한 테나의 양녀가 된 테루를 보고 ' 모두가 이 아이를 두려워 하게 될것이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얼굴과 몸에 입은 화상으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소녀 테루... 그 아이의 몸은 항상 뜨겁다고 테나는 말했었는데... 이러한 사실이 바로 '칼레신' (용) 과의 연관성을 말아는 것일 줄이야 ....
르귄의 언어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차분하게 말하고 있으나, 나를 설레게 한다. 다음장을 펴 보았을때 조차 그저 일상의 일들이 일어나 사건의 전조가 전혀 비쳐 지지 않는 다 해도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마법같은 힘이 실려 있다.
모든 시리즈 판타지 소설이 그렇듯... 이 책 또한 앞서 나온 시리즈를 건너뛰고 4권을 먼저 잡는다면 크게 실망 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무슨 판타지?' 라고 말할게 뻔하다.
특히 게드의 마법이 사라진 4권에서 또다른 영웅을 만나기 까지의 기다림이란 너무나 건조하고 책읽기가 지루해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끝이 없을것 같은 지리함을 뚫고 나온 새로운 영웅의 등장은 아직은 미비한 힘일지라도 5편에서 기대되는 힘이 느껴지기에 높은 산을 넘어온듯한 뿌듯함이 드는 것이다.
또한 마법의 주문들이 난무하는 여느 마법소설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마법의 참뜻과 사람의 본질을 꿰뚫는듯한 르귄의 언어자체가 마법같기에 이 책을 사랑할수 밖에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