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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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의심받을 수 있고,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보아야 하고,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밝은 빛 아래에 드러나야 합니다. (중략) 

세뇨라,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율법이란 것이 있고, 관습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습은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 이상의 힘을 발휘할 때가 많습니다. (중략) 

물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하지만 심각한 죄악은 아닙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항상 거짓말을 합니다. 사업이 자신에게 유리해지도록 거짓말을 하고,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해질 수 있도록 거짓말을 합니다. 자신의 처지가 실제보다 더 나아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실제보다 더 나빠보이도록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거짓말을 하느냐는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이 모두 다 남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습니다. 그런 거짓말은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규칙 같은 것으로, 마아마드를 상대할 때도 그런 규칙이 필요 합니다. 

(317~319쪽)

이 이야기는 유럽에 이제 막 커피가 소개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전 유럽에 걸친 유태인에 대한 박해를 피해 비교적 자유로운 암스테르담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유대인 상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 시절 거래소의 상황, 유대인 공동체의 여러가지 제약, 암스테르담 뒷골목의 풍경을 세세히 묘사하고 있어 그 또한 이 책의 즐길 거리다.  

등장인물 중에 크게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결과는 치명적이다. 친구를 거의 죽일 뻔 하거나, 동네에서 알거지로 쫓아내거나 하는 식이다. 주인공은 아주 조그만 욕심을 쫓아다니고 큰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데 저 위에 자신이 한 말과 다르게 남에게 큰 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관계와 사물을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 봐도 욕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있으면 똑바로 보여지지 않는 법이다. 작은 거짓말에 낭패를 당하는 경우는 살다보면 또 얼마나 많은가. 좀 손해보는듯 해도 원하는 바를 솔직히 말하고 행하면 살아야 하나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이문이란 누군가의 손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 아닌가.

너무 많은 배신과 거짓말, 거기다 어떻게 돈을 벌게되고 잃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 탓에 때로 지겹기도 했지만 17세기 암스테르담의 풍속을 들여다보는 재미로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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