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속이어서인지 가게에는 이렇다 할 특산품이 없었다. 굳이 꼽자면 '온천 모나카 과자' 정도랄까.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는 점을 제외하면 외견상 도쿄에서 파는 모나카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아마 맛에서도 차이가 없으리라. 특산품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142쪽)  

특산품이란 참 별다를게 없는 그런 것이다. 다 같은 앙꼬빵인 경주빵도 사고, 설악산에선 단풍빵도 사고 그런다. 왤까. 익숙하고 누군한테나 들이밀어도 평균적인 만족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알려진 것처럼 구태의연한 추리 소설을 냉소한다. 

이 책의 두주인공 냉철한 실력파 탐정과 무능하면서 소리나 지르는 경감 콤비는 시종일간 자신이 맡은 역할에 궁시렁 된다. 경감은 알아도 모르는 척 하기가 너무 피곤하며, 탐정은 쓸데없이 사람들 모아놓고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신물이 난다.  

두 시간짜리 드라마 대본으로 변신한 쳅터에서는 시리즈의 주인공이 여자로 바뀌기도 하고, 복잡했던 사건의 동기는 흔해빠진 치정으로 바뀌며, 구태의연한 연애사도 집어넣어야 하고, 스폰서에 따라 결말도 바꿔야 하는 등 이래저래 쉽지않다.   

이 책에서 말하는대로 현실에선 실행불가능한 트릭이나 굳이 그럴 동기가 부족한 트릭은 실재 자주 만난다. 아무리 재미있으면 다 되도 연구좀 하라고 이 책은 누누이 잔소리다. 게다가 독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영 엉뚱한 사람이 범인인 적당주의 작품도 비난의 대상이다. 하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다른 건 몰라도 사건의 동기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의 관계와 감정묘사가 탁월하기는 하다.

어쨌거나 나는 여전히 줄거리가 빤한 뮤지컬을 보고, 결말이 훤한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물 추리소설에 집착하며, 어디 놀러가면 앙꼬빵을 사들고 귀가한다. 뭐 이런 맛도 있고 저런 맛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0-05-2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책이 팔려서 대충 급하게 리뷰를 써둔다.

2010-05-28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5-28 18:54   좋아요 0 | URL
미안하지만 기다려달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