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 타와다 요오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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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에게 언어를 가르친 결과, 동물이 인간에게 우애를 표해줄 것이라는 식의 기대는, 지독한 자기중심주의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제국주의 나라의 사람들이 식민지인을 보는 시선, 남자들이 여성을 보는 시선과 공통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214쪽)

우연히 연이어 편지 형식의 글 두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인 A가 X에게 까지 포함하면 3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읽은 공공의 적들과 경계에서 춤추다는 시간과 공간, 문자라는 큰 간격을 두고 나누는 대담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주제를 줄기줄기 따라가는 대담과는 달리 이야기는 미묘하게 어긋나고 이리저리 통통 튀어다닙니다. 이 저자는 이얘기를 하고 저 저자는 저 얘기를 하는 식입니다. 그 각기다른 개성이 묘미인 모양입니다.

언제나 경계선에 서서 이쪽 저쪽의 사람들에게 낯선 인식을 제공해주는 서선생은 이번에도 익숙한 언어 속에 낯선 감정을 전달해 옵니다. 끊임없이 불편한 문제제기. 이런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회는 군국주의로 파시즘으로 얼마나 쉽게 빠지게 되는지 역사는 말해주었지요. 그래서 서경식 선생의 이번 책도 역시 반갑습니다. 

인간이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공감이라는 것도 내가 아팠던 경험에 기대어서야 겨우 조금 알게 마련인지라 서경식 선생의 글은 늘 생각지도 못했던 곳을 치고 들어옵니다. 제가 흔히 말하는 '당신 고향은 어디죠'라는 말한마디 '모국어가 뭔가요?' '국어를 깨끗하게 지킵시다'라는 말 속에 얼마나 많은 배타가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혼자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내가 긋고 있는 경계들을 어렴풋하게라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요. 

문득 송두율 교수와 김용철 변호사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우리사회는 서경식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더 많은 서경식의 목소리를 들어줄 귀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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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re 2010-03-3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개의 고원>에서 읽은 것 같아요. 모국어란 없다고. 그걸 읽고는, 그러게 맞는 말인데_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구나 싶었죠.
죽을때까지 배워야죠..
경계도시'는 꼭 보고 싶어서 일요일 나가보려고 해요. 서울아트시네마 후원도 할 겸.. 외출은 버겁지만요.

무해한모리군 2010-03-31 09:05   좋아요 0 | URL
아 일요일에 같이 보면 좋을텐데 가족 모임이 있어요 --;;
저는 토요일날 출근했다가 저녁에 볼까 생각중이랍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저의 모어기는 하겠지만 어떤 순수한 모어라는 전형을 가정하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