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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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노씨라고 하셨지요, 당신은 왜 지금과 같은 삶을 살고 있나요?
당신이 왜 그렇게 사는지... 간단히 답이 나오나요? 또 그렇게 사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이해한다고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그야말로 무의미하지 않습니까?(중략)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시즈토가 어떻게 보였는가, 그게 아닐까요? 마키노씨 존재의 의미는 마키노씨가 어떻게 살든, 그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보다 남들에게 무엇을 남기는가에 있다고 바꿔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군요. 어떤 인물의 행동을 이렇게저렇게 평가하기보다.. 그 사람과의 만남으로 나는 무엇을 얻었나, 무엇을 남겼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카쓰키 준코, 애도하는 사람의 어머니)-207~208쪽

미시오도 변비가 더 심해져 고생하고 있었다. 모녀가 식탁에 앉아 변비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극히 일상적인 화장실 문제로 고민하는 서로의 모습에, 죽음에 관해서도 탄생에 관해서도 폼나게 말해봐야 소용없어, 인간도 생물이니까 동물이니까 하며 깔깔거렸다. 참 이상한데서 마음이 통한다 싶었다.

(암투병을 하는 엄마와 임신을 한 딸은 음식을 먹을 때와 배설할 때 고통을 느낀다는 공통점이 있다)-440쪽

어떤 사람이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거나, 타인이 고마워할 만한 과거가 있기 마련이랍니다. 초등학교 시절이나 아기 때까지 되새겨봐도 좋고요.
(중략)
제멋대로인데다가 이기적인 생각이겠지요. 아픈 이야기는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아프니까요. 그 사람이 주위에 남긴 따뜻한 감정의 유산을 찾아내는 것으로 간신히 기억을 이어가고 있을 뿐입니다.-560쪽

어쩔 수 없어요.. 시즈토씨는 고인을 묻으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숨 쉬게 하려는 거니까요...
(중략)
그는 사람을 애도하고 있어요... 죽는 순간, 그저 숫자가, 유령이 되어버리고...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면 어떤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는지 잊어버리는데... 이 남자는 죽은 자가 지나온 삶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습니다. 그 인물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소박하게나마 기리고 있습니다.-563,5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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