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하면서 유머를 읽지 않는 좋은 소설 한편. 911에 대해 다룬 이야기는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911은 물론 무척 끔찍한 사건이지만, 미국이 아랍지역에 폭탄을 떨어트리는 것은 '분쟁지역내'라 괜찮은 것이고, 분쟁당사국이지만 분쟁지역은 아닌 미국에 폭탄을 던지는 것은 '테러'가 되는 것은지 머리가 나쁜 나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본인들이 원폭을 토대로 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인척 하는 글들이 꽤나 읽기 불편한 것 처럼(물론 원폭도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불편할까봐 긴시간 나의 서재에서 잠자고 있던 이 책이 긴 설연휴에 손에 잡히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전쟁과 테러를 소재로 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책은 소통와 상실에 따른 절절한 외로움이 묻어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온가족을 눈 앞에서 잃은 소년의 할아버지는 '삶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 이기에 잃지 않기위해 소중한 것들을 가지지 않는다. 아내를 잃고 이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집 밖으로 나가기를 중지한 윗층 블랙씨, 집에 들어가지 않고 빌딩에서 살아하는 할머니. 누구하나 왜 그가 그러는지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다. 하긴, 과거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야 말로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현대인들은 그저 그렇게 같은 공간에 머물뿐이다.  911테러로 인사조차 할 시간이 없이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아버지의 자취를 쫓는 과정속에서 무엇인가 잃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서로 화해하고 치유해 간다. 삶이란 끊임없이 잃는 과정이지만, 잃지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또 삶이 아니겠는가. 실재 이렇지 않더라도 이만한 희망없이 어찌 살겠는가. 이런 인터넷 공간 속에서의 서로에게 닿으려는 노력을 보면 누군가 손만 내민다면 덥석 하고 잡고픈 마음들이 느껴진다. 

  연휴동안 티브이에서 제리맥과이어와 가족의 탄생을 틀어준다. 몇번은 봤지만 톰크루즈의 멋진 모습과 익숙하고 따뜻한 이야기들 중간부터 봐도 감동의 눈물이~ 

 멋진 두심이 언니가 나오는 가족의 탄생을 보면 또 딸하나 입양해서 엄마랑 셋이 오손도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엄마는 나랑 날 닮은 아기랑 셋이 사는거 생각만 해도 끔찍해 할게 틀림없다. 자식이란 이기적이기 마련이니까.. 같이 살면 또 얼마나 엄마를 부려먹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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