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마치란 놀다와 마치다가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라 한다. 노름마치라는 책을 쓴 진옥섭씨가 일년에 한번 명인들을 모아 여는 춤판이 일요일 저녁 국악원에서 열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명인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보는내내 왜 서양춤은 몸을 부자연스럽고, 때론 가학적일 정도로 늘리거나 줄여야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우리춤은 그냥 서 있는 것도 춤이되고 그저 걷는 것도 춤이다.

나에게 가장 묘미는 가만히 서있는 동작에서 아주 미세하게 손끝이 어깨가 툭 하고 박을 먹는 순간이다. 오금이라고 하던가. 그 호흡의 순간이 너무 놀랍다. 정박에 딱딱 맞추는 것이 아니라 때론 악보다 느리게 때론 악보다 빠르게 (물론 악자체도 딱딱 정박을 치는 것은 아니지만) 악의 결을 타는 춤..

여든이 다 되어 몸이 불편한 장금도 여사는 앉기도 힘들고 팔을 들기도 힘든 상태에서 몇 남은 동작을 악에 실는다. 눈물이 찔끔난다. 자식들이 기생이라 손가락질 당할까봐 한평생 가슴 조이며 산 이 작고 조그만 할머니.. 그러나 서 있는 자태도 남다른 그녀의 어깨가 그녀의 발걸음이 여든의 나이에도 여전히 악을 탄다..

한량무와 채상소고춤을 보니 그 옛날 여인네들이 왜 남사당패를 따라 바람이 났는지를 알겠더라.. 공연이 다 끝나고도 혼자 신명이 가시지를 안아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서초동 일대를 뛰어다녔다 ㅎㅎㅎ

요즘 공연의 안타까움은 관객은 신명풀이가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네 공연의 묘미와 말로 무대와 관객이 따로 없는 것인데..

아, 이렇게 좋은 공연을 또 언제나 볼 수 있을런지, 이제 몇 안남은 예인들이 자꾸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니 아쉬움이 더한다. 노름마치 책도 부디 많이 많이 팔려서 이런 공연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참, 깜빡잊고 책을 가져가지 않아 저자의 사인을 받을 기회를 날려서 그것도 너무 아쉬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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