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전 처음 읽을 때는 아 끝이 어찌될까 조바심을 내며 내달리듯 읽었는데, 이번에는 느긋느긋 책이 주는 이런저런 풍미를 즐긴다.

서른살 서울에 홀로 사는 나는, 스물다섯 파리에 사는 그녀의 외로움과 누군가와 소통하고픈 마음을 절절히 동감한다. 콩스탄트는 전화안내원에게 있지도 않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전화를 하는게 취미이고, 수첩을 뒤적이며 좀 만난지 덜 오래된 전애인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고민한다. 나는 2008년 서울에서 외로운 밤, 핸드폰의 주소록을 쭉 훑으며 술한잔하자며 불러낼 놈이 누가 있을까 고심한다.

책을 왜 읽는가. 시공을 초월한 누군가와의 깊은 공감. 깊이 있는 며칠 간의 대화.

면대면으로 붙잡고 얘기한다면 좋으련만 적절한 사람을 골라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만 진다. 생뚱맞게 친구놈을 붙잡고 로맹가리가 이렇고 저렇고 하기도 웃긴 일 아닌가.. 왠지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도 티브이 속 버라이어티쇼 같아지는 요즘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는 밑줄에게 라도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문체도 참 가볍고 산뜻하다. 헐렁한 스웨터에 물빠진 청바지를 즐겨입는 콩스탄트도 참 매력적이다. 추리극에 로맨스, 글 여기저기 등장하는 명작들까지 다양한 맛이 있는 책이다. 울적한 날 에릭클립튼의 블루스 음반을 틀어놓고 침대에 늘어져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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