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어 / 안희연

 


 

​진짜라는 말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 같아

단 하나의 무언가를 갈망하는 태도 같은 것

 

다른 세계로 향하는 계단 같은 건 없다

식탁 위에는 싹이 난 감자 한 봉지가 놓여 있을 뿐

 

저 감자는 정확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싹이 아니라 독이지만

저것도 성장은 성장이라고,

 

초록 앞에선 겸허히 두 손을 모으게 된다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본다

 

하지만 싹은 쉽게 도려내지는 것

먹구름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흐린 것은 흐리고

 

도려낸 자리엔 새살이 돋는 것이 아니라

도려낸 모양 그대로의 감자가 남는다

 

아직일 수도 결국일 수도 있다

숨겨 놓은 조커일 수도

이미 잊혀진 카드일 수도 있다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오늘을 살아간다

 

여전히 내 안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내가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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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황성희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이소호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유계영

다른 시간, 다른 배열-이성미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최문자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안미린

생활이라는 생각-이현승

트렁크-김언희

지옥에서 보낸 한 철-랭보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장석남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김혼비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오주석

폴 세잔-캐롤라인 랜츠너

작은 것이 아름답다-유종호

제유-구모룡

 

-다시-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임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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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12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월 에는 이누아님이 포스팅 해주신 시집들 천천히 읽어 봐야 겠네요 오늘 꽤 쌀쌀 합니다 12월 초 날씨 이누아님 11월 건강하게 따숩게 ^ㅅ^

이누아 2021-11-12 21:25   좋아요 2 | URL
님이 포스팅하는 연주를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평소에 들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고급 음악 잡지에서 노래가 나오는 느낌. 고마운 마음입니다. 님도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시길.

그레이스 2021-11-15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주석, 랭보!

이누아 2021-11-23 10:23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마을 사람들은 읽은 책이 많아서 이렇게 읽은 책이 겹치기도 하는데 저는 영 그런 책이 없더라고요. 오주석은 2권도 읽어야지!^^

청공 2021-11-22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11월에는 어떤 시 읽으셨나요?^^

이누아 2021-11-23 10:21   좋아요 1 | URL
이 질문에 안희연의 스페어가 떠오르네요. 11월에 읽은 시도 아닌데.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책상에 앉아 있어요. 감자처럼. 시는 댓글에 달려다가 페이퍼에 올려 둡니다. 같이 읽자고요.^^ 청공 님 덕에 다시 이 시를 읽게 되네요.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
 

"나는 절대로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아." 그러나 그렇게 살다 보면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 체념하지 않는 것이다.-카뮈



하늘이 가을이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동요에 나올 법한 풍경이다. 이 맑은 풍경 아래로 벚나무 중 몇 그루의 잎이 말라가고 있다. 계절에 맞는 풍경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게 섭리를 따라 사는 걸까. 어쩌면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살기 위해 자연도 치열하고 분주할지도 모른다. 나는 겨우 쑥쑥 자라는 아이들에게 맞는 옷을 사다 주는 것으로도 분주한 마음인데 온몸으로 바람을 맞아야 하는 나무와 벌레, 길고양이들. 


아파트 화단에 있는 백장미는 한 나무인데도 어떤 꽃은 피고 어떤 꽃은 지고 있었다. 지면서 피는 것을 보는 것, 피면서 지는 것을 보는 것. 꽃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사람도 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으면서 새삼스레 꽃의 마음이라니.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몇 년 안 돼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아무 마음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 마음도 아니다. 섭리라고 생각해서일까.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더울 때는 밤에 걸었는데 요즘 낮에 걸어서 그런가 보다. 꽃무릇은 잠깐 피었다가 졌다. 꽃댕강나무에게서 아카시아 나무 냄새가 난다. 교회 앞 무화과 나무에 열매가 맺혔다. 비둘기들이 여기저기 다녀서 많아 보였던 게 아니라 정말 비둘기가 많다. 갈색 길고양이가 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두 마리다. 우리 동네 캣맘은 밤에 고양이 밥을 주고 나중에 그릇까지 수거해 간다. 낮에는 그릇이 안 보이는 걸 보니. 쓰레기도 보인다. 하루 평균 2개의 마스크를 줍는다. 마스크 줄 때문에 새의 발이 잘린다는 뉴스가 떠올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길에 휴지통이 없어서 그걸 들고 마트 화장실까지 가서 버린다. 


독서노트를 안 쓴 지 꽤 되었다. 오늘 우연히 노트를 폈는데 카뮈의 [작가노트]와 보르헤스의 [말]을 필사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천천히 썼기 때문일까. 읽을 때도 천천히 읽게 되는 걸까. 사진을 찍어 놓거나 컴퓨터에 적혀 있는 것보다 더 가만히 읽게 된다. 다시 손으로 적어 볼까. 


제임스 테이트의 산문시를 읽으며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의 [계속되는 무]가 생각났다. 내용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짧은 산문 같은 느낌이 비슷해서. 산문이라고 해도 괜찮은 것 같은데 시라고 한다. 영어 원문에는 리듬감이 있는 걸까. 산문과 산문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유머스럽고 재미있는 시들이 많았다.  [분더카머]는 어찌 보면 지적인 자서전 같은 느낌이다. 보통 책들이 양쪽 정렬을 하는데 왼쪽 정렬이 되어 있어 약간 산만했지만 작가가 타이핑한 글 같은 느낌도 들었다.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서 찾아 보며 읽었는데 그게 읽는 데 흐름을 좀 끊었다. 이건 내 무식 탓이지 책 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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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진/ 제임스 테이트



  나는 전생에 개였다. 아주 착한 한마리 개. 그래서, 이렇게, 승진하여 한 인간이 된 것이다. 나는 개였던 것이 좋았다. 나는 양떼들을 지키고 물고 다니며 가난한 농부를 위해 일했다. 늑대와 코요테들이 거의 매일 밤 나 몰래 지나가려고 했지만, 그러나 단 한번도, 한마리 양도 잃지 않았다. 농부는 그의 식탁에 있는 좋은 음식으로 보상해주었다. 그는 가난했지만, 그러나 먹는 것은 잘 먹었다. 그리고 그의 아이들은 학교 가지 않을 때나 들에서 일을 하지 않을 때 나와 놀아주었다. 나는 어떤 개라도 부러워할 만한 그런 모든 사랑을 받았다. 내가 늙게 되니, 그들은 새로운 개를 한마리 구했다. 그래서 나는 그 개에게 거래의 요령을 가르치며 훈련시켰다. 그는 빨리 배웠고, 농부는 나를 집 안에서 그들과 함께 살게 했다. 농부 역시 점점 늙어감에 따라 나는 아침마다 그의 슬리퍼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서서히 매번 조금씩 죽어갔다. 농부는 이걸 알고 때때로 그 신참 개를 데리고 들어와 나를 방문하게 했다. 그 개는 톡톡 치고 벌렁 뒤집혀 눕기도 하고 코를 비비대며 나를 즐겁게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내게 나무 그늘 아래 시냇가에서 훌륭한 매장식을 해주었다. 그것이 나의 개로서의 삶의 끝이었다. 때때로 나는 그때가 그리워 창가에 앉아서 운다. 나는 한 무리의 다른 고층 건물들이 내다보이는 고층에 산다. 직장에서 나는 작은 칸막이 방에서 온종일 일하고 거의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착한 개로 살았던 것에 대한 응보다. 인간 늑대들은 나를 쳐다보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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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제임스 테이트

완벽한 개업 축하시-강보원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김미령

체 게바라 시집-체 게바라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랑-김승희

혼자의 넓이-이문재

생활을 위하여-박방희

무덤을 맴도는 이유-조은


분더카머-윤경희

타인의 얼굴-아베 코보

구멍-오야마다 히로코

미생-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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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30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노트를 필사로...!

이누아 2021-09-30 14:32   좋아요 2 | URL
그럴 리가요. 제가 오해하게 글을 썼네요. 밑줄긋기 같은 거예요. 마음에 닿는 구절을 베껴 적는 거지요.^^

scott 2021-10-05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의 포스팅에 올려주신 발췌문 여러 번 읽게 되네요
잘 지내고 계셨죠
10월이라는 숫자가 의미 없이
가을에 서늘함이 없네요

까뮈의 말처럼 버티는 것, 체념 하지 않기
+플러스
투덜거리지 않귀 ㅎㅎ

10월 건강한 달, 행복한 나날이 되길 바랍니다 ^ㅅ^

이누아 2021-10-05 21:50   좋아요 1 | URL
저는 자주 체념하고 투덜거리는 편이라 좀 찔립니다. 가끔 투덜거리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투덜거린다는 말을 보니 투덜거림으로 만든 CL의 <그냥 투덜거려 본다>가 생각나네요. 의식의 흐름^^

scott님도 건강하고 편안한 10월 보내시길. 고맙습니다.
 


수습할 수 없으면 사고고, 수습할 수 있으면 실수라고 해도 될까. 송금 실수를 했다.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업무라 당황스러웠다. 실수한 게 금방 생각났으면 빨리 수습했을 텐데 확인하라는 전화를 받고도 전혀 생각나지 않아 한참 시간이 걸렸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한 번씩 기억 상자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느낌이다. 머리가 하얘진다. 


실제로 비밀번호를 자주 잊어버려서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경고를 따를 수가 없다. 그러면 아마 3개월마다 한 번 비밀번호 찾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자주 일어날 텐데 걱정이다. 나름 메모도 하고, 알람도 한다고 하는데도 메모를 잃어버리고, 알람을 빠트리게 된다. 그 탓에 9월 도서관 수업도 등록하지 못했다. 심지어 수습하는 과정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뻔했다. 다행히 송금을 누르기 전에 알아차리긴 했다. 내가 전에 한 잘못을 똑같이 하려고 했구나, 하고 다만 주시했으면 좋았을 텐데. . . 


이런 일이 있으면 나는 마음이 쉽게 위축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을 읽으면서 책 읽는 기쁨을 느꼈다거나 칸딘스키의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단어는 '내적 필연성'이었다거나 이수명의 시학을 읽고는 시 쓰는 사람만큼 읽어내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거나... 이런 얘기를 하려고 앉았던 나는 어디 가고, 불과 1시간 만에 쪼그라진 내가 앉아 있다. 금방 쪼그라졌으니 금방 펼질 수 있으려나? 쪼그라졌다 펴졌다 하며 쭈글쭈글해지지 않고 탄력이 생기면 좋겠다. 시가 한 편 떠오른다.




슬기로운 생활
_황주은

 


소금과 함께 맥반석 달걀 열 개를

가방에 넣어 보냈는데

너는 달걀은 못 받았다 한다

 

달걀 봉지를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진다

물건의 이름을 뒤집어 부른다

 

키친타월

치킨타월

 

나의 혼동 때문에

장마가 시작된다

 

실내가 검은 안경을 쓴 듯 어두워진다

형광등을 사 오라는데

형광펜을 사 왔다

어느 마음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천둥이 쳐서 현관문을 열면

누군가 서 있다

어디엔가 흘리고 다녔던 내 얼굴을 달고

 

괜찮아이건 흔한 일이야

내가 나를 위로한다

 

문이 깨지는 소리로 닫힌다

깨진 것은 깨진 대로,

뒤틀린 것은 뒤틀린 대로

그것을 생활이라 생각하니 발랄해진다

고즈넉하고 너덜너덜한 저녁

 

눈썹 문신이나 하러 갈까?

은사시나뭇잎이 흰 배를 뒤집고 비에 젖는다

 

 -포지션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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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너머 저편-에이드리언 리치

악의 꽃(앙리 마티스 에디션)-샤를 보들레르

랭보 시선-랭보

꿈속의 제바스치안-게오르크 트라클

캣콜링-이소호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이우성

탁, 탁, 탁-이선욱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전영귀


표면의 시학-이수명

은유의 도서관-김애령

은유-엄경희

점.선.면-바실리 칸딘스키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바실리 칸딘스키

테스트 씨-폴 발레리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캐럴라인 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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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31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알라딘 가입 초기 시절 비밀번호 쭈욱 쓰다가 지금은 구글 통해서 들어와서 비밀번호를 전혀 기억 못하고 있습니다 ㅎㅎ
울 할머니 키친 타월 항상 치킨 타월이라고 말씀 하십니다 ㅎㅎ
슬기로운 생활 시 넘 ㅎ 좋네요
[어느 마음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깨진 것은 깨진 대로,뒤틀린 것은 뒤틀린 대로]

이누아님 9월엔 마음속에 불빛이 환하게 밝혀지시길 바랍니다 !

올리신 책들 중에 점.선.면-바실리 칸딘스키/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바실리 칸딘스키/
테스트 씨-폴 발레리/문턱 너머 저편-에에드리언 리치 이 책들 찜!👆

이누아 2021-08-31 20:43   좋아요 1 | URL
죄송합니다. 에이드리언 리친데 오타네요. pc에서 작업한 거라 나중에 고칠게요.;;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를 먼저 읽으시고 점.선.면을 보면 좋아요. 예술에서의... 가 먼저 쓰여졌거든요.

그새 너덜너덜한 저녁이 발랄해지는 중입니다. 형광펜으로 책에 밑줄이라도 그어서 9월에 불빛을 밝히겠습니다.^^

청공 2021-09-02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흔한일~^^
지금쯤 이누아님 맘과 몸은 잘 펴지셨겠져?저도 왠만해서는 비번 안 바꿔요. 새로운거 기억 못할까봐요ㅠ

최근에 <우리 죽은자들이 깨어날때>읽으며 리치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허나 책이 넘 어려워서 정리를 못하고 있네요. 그래도 모성관련 글은 넘 와닿게 읽었네요^^ 오드리 로드 책에서도 리치와의 대화편두 있어서 최근에 알게된 두 여성 시인들.이누아님 덕분에 다시 생각해봐요^^

이누아 2021-09-02 23:07   좋아요 1 | URL
메모와 알람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지만 이것도 생활이라 여기고 발랄하게 지내려구요.^^

리치 시집도 괜찮았어요. 내용도 그랬지만 압제자의 언어로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를 쓰려고 낱말이나 문장 사이 간격을 넓히거나 불규칙하게 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아직 안 읽어 봤는데, 청공님 덕분에 읽을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1-09-15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랄하게!ㅎㅎ
시 너무 좋네요
머리하러도 아니고 눈썹문신 하러 에 제 마음도 발랄해졌습니다! ㅋㅋ

이누아 2021-09-17 21:26   좋아요 1 | URL
될 수 있으면 깨지거나 뒤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깨져도 깨진 것은 깨진 대로 우리 발랄하게 지내요. 추석을 잘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9-17 21:27   좋아요 1 | URL
이누아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09-17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누아 2021-09-17 21:27   좋아요 1 | URL
이제 막 북플 왔는데 서니데이님 댓글이 딱 들어 오네요. 반갑습니다. 서니데이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scott 2021-09-1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추석연휴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ʕ ̳• · • ̳ʔ
/ づ🌖 =͟͟͞͞🌖
해피 추석

이누아 2021-09-20 07:59   좋아요 0 | URL
scott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이달에 읽은 책 중에 권혁웅 시인의 [시론]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전에 읽을 때는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 소개된 시 중심으로 읽었는데 이번에는 정신을 차리고 이 책의 취지에 맞게 이론을 자세히 읽었다. 책을 덮자 기억나는 것은 화자 대신 주체 개념을 제안하고, 주체와 대상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또 은유, 제유, 상징, 알레고리, 환유에 대해 설명하고, 그중 환유와 그 외 비유들과 어떤 관계인지 파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환유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다. 오규원 시인의 현대시작법에서 한 단계 나아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다시 읽어 보려고 한다. 


몇 년만에 미국과 인천에 사는 친구들이 우리 동네까지 와줘서 함께 만났다. 김정연 작가의 [혼자를 기르는 법]을 읽으라고 권했다. 책도 좋지만 웹툰으로 보는 게 조금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 친구들과 다음웹툰 링크를 공유했는데 로그인하면 1일마다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전에 일주일을 기다려 한 편씩 봤는데 나름 기다리는 맛이 있었다. 정말 웃긴 내용과 기발한 사고와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마음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만화다. 


남편은 시골집에 가고, 큰애는 버스 타러(취미생활이다) 갔다. 작은애는 친구들과 캐치볼을 하고 있을 거다. 덥다 덥다 해도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러 나갔다. 그러는 동안 나는 집안일을 하고, 집안일이라는 게 끝이 없는 거라 아무 데서나 뚝 끊은 다음 여기 앉아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다. 비가 와도 좋겠다. 강수확률 60%는 비가 온다는 쪽에 가깝긴 한데, 해도 쨍쨍하고 매미 소리도 배경처럼 울린다. 조용하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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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없음-안미옥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이수명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ㅡ서윤후

소소소ㅡ서윤후

개천은 용의 홈타운ㅡ최정례 외:제15회 미당문학상작품집

리셋-오유균

나비를 보는 고통-박찬일

비가 내리는 마을-강창민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마크 스트랜드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ㅡ프란츠 카프카

이세린 가이드ㅡ김정연

고양이 시집보내기-이영철



-다시-

시론-권혁웅

혼자를 기르는 법1-김정연

혼자를 기르는 법2-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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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1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용하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 이누아님! 8월 건강!행복으로 가득! 차시길 바랍니다. 비가 왕창 내리길 바라는 1인 ^ㅅ^

이누아 2021-08-01 17:20   좋아요 1 | URL
그 사이 비가 왕창 내리고, 지금도 내리고 있습니다. 아들이 그 비를 다 맞고 집에 왔네요.^^ 조금이라도 시원해져서 좋아요. scott님도 건강하고 즐겁게 8월을 보내시길.

바람돌이 2021-08-01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읽는 이누아님 멋져요. ^^
남은 주말 시와 함께 편안한 휴식되세요. 집안일은 저리 치워버리고요. ^^

이누아 2021-08-01 17:37   좋아요 1 | URL
마지막 말에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게 됩니다. 저녁을 해야 해서 저리 치워버리지는 못하겠지만 대~충하고 시집을 펼쳐야지, 다짐하게 합니다.^^

바람돌이 2021-08-01 18:29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저녁 짜파게티입니다. 둘째가 너무 예쁘게도 엄마 짜파게티 먹고싶어했기 때문에요. ㅎㅎ 고3 둘째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하면서 다른 식구들 진압!! ㅎㅎ

이누아 2021-08-01 19:52   좋아요 0 | URL
짜파게티는 우리 애들이 언제나 환영하는 메뉴예요. 저도 내일 짜파게티 해 먹어야겠어요.^^
 

 

7월 중순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 6월 이야기다. 그새 장마가 시작되었다. 창문을 열어 놓으니 서늘하다. 그렇지 않아도 싱크홀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데 비가 와서 지반이 약해지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 비가 오는데 땅이 꺼지는 모습이 떠오르는 건 웬일인가.

 

안희연의 시집을 천천히 다시 읽고 싶다. 이 시인의 시가 이렇게 좋았었나? 그전에 읽은 두 권의 시집이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 다시 읽고 싶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시야 다 천천히 읽어야겠지만 더 천천히 더 여백을 두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시집이다. 박희숙 시인은 나와 함께 시공부를 했던 분이다. 문우가 첫 시집을 내는 거라 함께 설렜다. 시 한편 한 편에 시적인 요소가 들어가도록 쓰셨다고 한다. 전통적인 서정시 스타일인데도 뻔하지 않아 좋았다.

 

데버라 리비의 에세이는 책을 잡자 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흡인력이 있었다. 이 에세이가 3권이라는데 지금 2권이 나와 있는 것 같다. 3권이 나오면 꼭 읽고 싶다. 에세이 읽고 이런 결심한 것은 처음이다. 내 이름은 빨강도 좋았다.

 

쓰고 보니 책 내용은 하나도 없고 좋았다, 다시 읽고 싶다, 는 말밖에 없다. 내용을 쓰기 시작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이렇게 쓰게 된다. 집에 있으면서 컴퓨터 켤 여유가 왜 없는지 모르겠다. 늘 할 일이 있는 기분이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서비스 기사가 다녀갔다. 밥솥이 고장 나서 고쳐 쓰려고 했는데 그냥 사라고 한다. 고쳐도 다시 고장날 수 있고, 비용도 만만찮다고. 조카가 취직 기념으로 사준 밥솥이라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아쉽다. 책 이야기 하다 밥솥 이야기다. 하기야 밥솥을 능가하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싱크홀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쌀이 밥이 되지 않는 일도 구멍 같다. 갑자기 발이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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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안희연

새벽 두 시의 편의점-박희숙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이기리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민구

킬트, 그리고 퀼트-주민현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윤종욱

오트 쿠튀르-이지아

희망은 사랑을 한다-김복희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박지영

시인수첩2021봄

 

살림비용-데버라 리비

알고 싶지 않은 것들-데버라 리비

내 이름은 빨강1-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2-오르한 파묵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최형선

아내의 빈 방-존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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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06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내이름은 빨강 ㅜㅜ 몇 년 째 노려보고만 있어요 ㅜㅜ
아내의 빈방도 눈에 들어오네요~

이누아 2021-07-06 20:07   좋아요 1 | URL
내 이름은 빨강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처럼 이야기 내내 살인자가 누굴까 생각하면서 읽게 돼서 일단 손에 잡으면 잘 읽혀요. 그림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생각할 거리도 있어요.

아내의 빈 방은 아~주 얇은 책이에요. 아들과 아버지가 어머니이자 아내가 죽고 나서 쓴 글이에요. 이 책을 쓴 것이 그들 나름의 애도 의식이 아니었나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