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어 / 안희연
진짜라는 말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 같아
단 하나의 무언가를 갈망하는 태도 같은 것
다른 세계로 향하는 계단 같은 건 없다
식탁 위에는 싹이 난 감자 한 봉지가 놓여 있을 뿐
저 감자는 정확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싹이 아니라 독이지만
저것도 성장은 성장이라고,
초록 앞에선 겸허히 두 손을 모으게 된다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본다
하지만 싹은 쉽게 도려내지는 것
먹구름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흐린 것은 흐리고
도려낸 자리엔 새살이 돋는 것이 아니라
도려낸 모양 그대로의 감자가 남는다
아직일 수도 결국일 수도 있다
숨겨 놓은 조커일 수도
이미 잊혀진 카드일 수도 있다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오늘을 살아간다
여전히 내 안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내가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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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황성희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이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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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 다른 배열-이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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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안미린
생활이라는 생각-이현승
트렁크-김언희
지옥에서 보낸 한 철-랭보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장석남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김혼비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오주석
폴 세잔-캐롤라인 랜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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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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