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마음 / 박소란

 

 

그러나 울지 않는 마음

 

버스가 오면

버스를 타고

버스에 앉아 울지 않는 마음

창밖을 내다보는 마음

흐려진 간판들을 접어 꾹꾹 눌러 담는 마음

 

마음은 남은 서랍이 없겠다

없겠다

없는 마음

 

비가 오면

비가 오고

 

버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놓아두는 것

 

나는 다만 기다리는 것

 

사람이 오면

사람이 가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더는 말하지 말아야지

 

암병원 흐릿한 건물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드는 마음

 

마음을 시로 쓰지는 말아야지

다짐하는 마음

 

 

-박소란, [있다](현대문학, 202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12-31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31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