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우,우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의 없다가난한 삶만 있으면 된다. 너무 가난해 아무도 원치 않는 삶._크리스티앙 보뱅 - P175
산은 이상적이고, 물은 현실적이다. 따라서 팔공산 자락 능성동에 마련한 집필실과 수성못 가까운 지산동 자택을 오가며, 정중동의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산처럼, 때로는 물처럼 현실을 좇아서 슬기롭게 살고자 하는 것이다. - P169
동시를 읽으면 마음이 촉촉해진다.나는 아직, 그날 거기에 머물러 있음을... * * *밑줄/이사람꼭 중요한 곳에만 밑줄을 치라고수업 시간에선생님이 말했는데들판을 지나는기차도 밑줄을 치고바다를 건너가는배도 밑줄을 친다이 세상에모든 하나하나가무언가에는다 중요한가 보다*Sunglasses/이사람If you wear this,Rainbows are also black and white.*Daytime star/이사람I can't see youBut I 'm OK.Because you can see me.
삶은 죽음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말처럼시를 쓰는 건 시인의 숙명처럼 느껴진다.시를 쓰며 위로가 되었다시를 읽으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져 왔다.아름다운 슬픔을 간직한 시가 주는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그에게 시가 와서 참 적절한 때에 파종되어 꽃도 피고 열매를 맺었다.강수량이 되었다. 자주 펼쳐 보게 될 것 같다.감명 깊었던손준호의 시 <파종>을 다시 읽어 본다.파종 / 손준호나는 농한기에 세상에 파종되었다.쌀눈 치는 날 나서 쌀밥 걱정은 잊어버렸다고당신은 부적 같은 말씨를 언 땅에 흩뿌리시었다슬픈 마음에 좋은 싹 움틀 리 없다고초상집 다녀온 날은 볍씨를 뿌리지 않으셨다.숟가락만 챙겨 학교 간 날이 많았다.누에의 푸른 피가 마른 등짝에 터져 있곤 했다.새벽이 쉬 열리지 않아 쥐며느리처럼 발가락을 자주 웅크렸다이파리가 둥근, 당신 말나무 그늘 들면다친 날개가 금세 아물곤 했다새의 부리는 피부일까, 뼈일까?보자기 망토 덮어쓰고 새가 되는 연습을 한 적 있다.내가 눈물바람 날리며 날갯짓하는 동안 자고 나면 다 괜찷다, 말씨도 자라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초승달을 마당귀에 심은 어느 날 벽시계가 멈췄는데나는 약이 떨어졌다 하고 당신은 밥을 주지 않아 죽었다고 했다.때를 놓쳐 기저귀 차고 요양병원 들어간당신 품속의 살점 참 많이도 빼먹었다 생각건대밥상머리 등골이 서늘하다남새밭에 씨감자 심는 춘삼월풍경이 너무 환하디환해서,눈물겹다.
첫 장을 펼쳤을 때 마지막 시를 읽었을 때 시간 지나 다시 펼쳤을 때 모두 좋았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시인의 살가운 성격처럼 오랜 시간 공들인 작품에서 재미있고 뭉클하고 따뜻함이 배어나왔다. 남은 페이지 줄어드는 게 무척 아쉬웠다.
두 시부터 네 시 사이고양이처럼 웅크린새벽 두 시의 편의점건성으로 켜 놓은 형광등 아래메마른 눈꺼풀 견디는 미생이두 시에서 네 시 모퉁이를 몽상인 듯건너고 있어요벽면 차지한 도시락 종류만큼두근거리는 모서리,바코드를 읽는 동안초침이 척척 등뼈를 밟으며 지나가요고양이처럼 달아날 수 있다면빳빳한 수염을 아스팔트 위에 쏟지만 않는다면재빠른 속도로, 원하는 만큼 사뿐날아오를 수 있을까요출입문에 눈 디밀어 보는 회색 고양이가저 닮은 눈동자에 화들짝 놀라는새벽 네 시한길 건너에는 편의점이 있고새벽은 구부러진 골목을 돌아 천천히 도착해요당신의 미명처럼 말이에요 -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