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샤워를 했다. 창문을 열어 놓으니 시원한 바람.

거울을 보니 웃음이 난다.

아, 행복하다.

그렇구나. 행복하구나.

오늘 무슨 일이 있어서 행복한가? 왜 무슨 일 때문에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냥 행복하다. 문득 어떤 일과도 상관없이 내 존재가 행복하다. 행복하면 맘껏 행복하렴. 하하하.

 행복하구나, 선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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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5-1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달아 행복합니다~ ^^

혜덕화 2004-05-1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
오늘 아침 운전을 하면서 앞차가 너무 느려 "뭐야, 거북이야?" 혼자 중얼거리면 쌩 추월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아침부터 내가 왜 이러지? 그리 늦은 것도 아닌데 말야, 하면서.
출근하니 님의 행복이 전염되네요. 혜덕화는 통도사에서 받은 불명입니다.

낯선바람 2004-05-3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주의 리뷰 보고 서재구경 왔습니다. 불교 공부를 하시는구나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윗글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행복하구나, 선희야' ㅋㅋ 저도 이름이 선희거든요. 저한테 하는 소리인냥 순간 깜짝 놀랐다가 하하하 웃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이라크 포로들 문제를 텔레비전에서 연신 보도를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저렇게 했었지. 미국만이 아니라 모든 전쟁에는 잔인함이 따른다. 이렇게 세상에 드러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미국은 언제나 전쟁을 해야 한다. 무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로비를 하고, 그 돈으로 정치를 하고, 경제를 살리고...잘 사는 데, 더 잘 살려고 하는 미국은 계속 전쟁을 할 것이다. 테러와 무슨 상관인가? 전쟁이 미리 계획되어 있었다는 말은 금세 믿어진다.

언제나 전쟁을 해야 하는 미국은 언제나 대상을 물색한다. 순서를 정해놓고 시기와 구실을 대략 맞춰갈 것이다. 지금도 그 준비작업이 한창이지 않는가? 한반도다. 조금 북쪽이라고 하지만 한반도는 내가 사는 곳이다. 그러면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다. 이곳에서 전쟁이 난다?

북한이 아니라면 괜찮냐고? 아니다. 모든 전쟁은 잔악함을 드러낸다. 전쟁의 구실들은 너무 초라한데, 전쟁의 실상은 너무 엄청나다. 모든 생명과 자연을 대상으로 폭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법화경에 나오는 비유처럼 온 세계가 불타는 집 같다.

언젠가 친구와 앉아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우리는 지구라는 유기체에 사는 세포들이라고. 세포 둘이서 차를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고.

나는 손가락에 사는 세포이니 간이 다 부서져도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구는 한 몸이다.

전쟁을 획책한 당신들은 사과만 하지 말고, 물러나 주기를 바란다. 전쟁을 계속 하는 한, 당신들이 사과하는 그 문제는 영영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전쟁이 계속된다고 하니...

전쟁의 한 가운데 있는 이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이 모두 아프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고, 그러다가 모두 일그러져 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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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5-1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혜덕화 2004-05-1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서 이라크 포로를 괴롭히는 미군 병사들의 이야기가 보도될때 다들 그러죠.
저건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저게 미국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아메리카 원주민을 쫓아내고 피로 세운 나라가 미국이니까요.
또한 어쩌면 님의 말처럼 우리 모두 지구 혹은 우주를 이루는 세포라고 한다면
지금 미국의모습은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의 야수성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단지 미국은 그걸 형상화 했을 뿐이고, 우린 약자의 입장에서 동조하면서 살아가니까요.
파병 반대를 아무리 외쳐도, 무엇을 위한 이익인지 이익의 논리에 그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행복한여행자 2004-05-10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국이 싫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미국에 똬리를 틀고 있는데, 기실 그 사실자체만으로도 요즘은 그네들이 싫어집니다. 친구들은 이런 내맘을 당근 모르겠지만,,,요... 주관적인 감정이지만,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하면서 웃고 있는 그 미친X, 들을 보면 내 자신이 발가벗겨 있는 만큼 수치스럽습니다. 그들은 미쳐도 한참을 미쳐있습니다. 인간이 다 인간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자니,,, 참으로 힘든거 같네요..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이누아 2004-05-1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님의 서재에 있는 "누가 ‘린디 잉글랜드’ 가슴에 ‘주홍글씨A’를 달아줬나"를 읽고 나서 쓴 글인데 남들처럼 "관련글"이라고 붙이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몰라서 못했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혜덕화님/ 저도 가만히 있는 것이 동조하는 것처럼 될까봐 늘 두렵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모두가 책임이 있으니까요.
행복한 여행자님/ 저는 기도의 힘을 아주 강하게 믿는 사람입니다. 가톨릭에는 평생 기도만 하겠다는 서원을 하는 성직자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면서 기도한 적도 있답니다. 어...미국이 싫다고 미국에 있는 사람들(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까지 싫어지면 안 되는데...


 

어제, 오늘 좌선을 하지 않았더니 망상이 내 머리에 가득.

망상이 많은 날은 말이 많다. 오늘 말 참 많다. 다시 결심!!! 사흘마다 한  번씩 결심해서 작심삼일을 계속 연장시켜야지. 움직이면 화두를 자꾸 놓치고, 잊고 하니 화두가 익을 때까지는 좌선에는 집착해야 한다, 선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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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전 우울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몸이 아프려고 우울했던 모양이다.

목 뒤가 부었다. 머리 바로 아래에 종기처럼 뭔가 단단한 것이 생겼다. 벌써 2주가 넘었다. 목을 앞으로 숙이면 아프다. 그래도 심하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제 갓바위에 갔다오고 나서는 어릴 적 볼치기할 때처럼 아팠다. 볼치기할 때 울었던 것처럼 울었다.

오늘 아침 병원에 갔다. 남편이 절대 수술을 하지 말고 통증을 줄이는 약만 받아오라고 했다. 종기라면 수술을 권할 것이다. 의사는 보통 종기와 다른 것 같다고 한다. 종기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고, 밖에서 보면 표시가 나는데 내 것은 만져봐야 알 수 있다고. 어쩌면 임파선 계통일 수 있다고, 이틀 후에 다시 보자고 한다. 약을 이틀치를 받아왔다. 바보 같이. 월요일엔 제사가 있는데 병원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남편에게 전화했다. 종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금 예상은 했다고.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임파선 결절은 그렇게 통증이 심하지 않아서 좀 헷갈린다고. 기다려보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기도를 너무 열심히 한(찔린다. 뭐 그렇게까지 열심히는 아니지만) 탓에 머리가 어떻게 되었나 보다. 아파도 감사한 생각이 든다. 요즘 한창 참회기도중인데, 아픈 것도 참으면 죄의식과 자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사이비교주들이 신도들에게 주로 심어놓는 것들인데...나는 스스로 사이비교주가 되고, 신도가 되었단 말인가? 어쨌든 아픈 것이 억울하지 않고 감사한 것은 정신건강에는 나쁘지 않은 듯.

그래도 약을 먹었다. 사이비교주 아래 있는 신도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 현실적이다. 내일 결혼식과 모레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 오늘 통증을 줄여야만 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한약과 병원에서 가져온 양약을 30분 간격을 두고 모두 먹을 참이다.

남편은 당분간 절을 하거나 참선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한다. 목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그래도 어제도 못했는데 좌선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약을 먹어 그런지 훨씬 덜 아픈데...

아침부터 병원 다녀오느라 너무 긴장했다. 일단 좀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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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5-0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것이 과하면 아니 함만 못하다고 하니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세요^^^^

행복한여행자 2004-05-1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 마세요. 뭐,, 아프고 안아프고가 내 뜻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마음가짐이 중요한거 같아요. 마음공부 너무나 열심히 하시는 님께 많은 자극받고 반성하게 되네요.. 아마 내공의 힘으로 별탈없이 쾌차 하실겁니다.

이누아 2004-05-1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쾌차되었습니다. 병원에서 받아온 항생제를 이틀 먹고는 설사를 해서 항생제를 받으러 병원에 가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나았습니다. 목 뒤편의 혹(?)도 점점 작아지고 있고, 이젠 꾹꾹 눌러도 아프지 않습니다. 마음 편하게 가지고, 아프지 않을 생각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갓바위에 연등이 걸렸다. 밤에 오면 예쁘겠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에서는 연등을 단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준비의 처음은 그전 연등을 찢는 일이다. 다 찢어서 버린 다음 다시 연등을 만든다. 어찌보면 참 낭비다. 그럴 돈으로 불쌍한 사람이나 도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멀쩡한 것을 찢음으로써 마음의 집착을 끊고, 꽃잎 한장한장 붙임으로써 정성을, 불을 밝힘으로써 마음 속의 광명과 희망을 켠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러고나면 이웃이 더 잘 보인다.

언젠가 포교당에서 앞에서 목탁을 들고, 예불을 집전한 적이 있다.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앞에 앉아서 기도했기 때문일까? 평소에는 불특정한 중생들이나 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기도했는데, 그날은 포교당에 앉아 있는 모든 신도를 위해 기도했다. 저절로 그런 마음이 솟아났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모두인 것 같았다.

등불은 언제나 그런 상징이다. 자신이면서 모두인. 빛은 혼자서만 몰래 감추어 가질 수 없는 것이므로. 예전에 민방위 훈련(?)을 하면 소등을 하게 했는데 그때 담요를 덮어놓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도 금방 들켰다. 그렇게 빛은 감추기 어려운 것이다. 자신 안에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것은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 하루만 연등을 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마음에 등불이 있어 감출 수 없는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이미 켜졌던 등불의 공덕은 모두 잊고, 늘 새로운 등불을 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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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5-0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도 하면서 몇번 헤아리지 마라고 하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열심히 마음을 비우러 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남편과 같이 밥상마주놓고 사경하면서도 모르지만 내 마음이 차분해지더군요.

이누아 2004-05-0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경을 하시는군요? 저는 몇 번 시도했는데, 이상하게 사경은 잘 못하겠더라구요. 때가 되면 사경도 할 수 있겠지요. 금강경과 법화경을 사경하려고 책만 사두고 내내 펼치지 못했는데...수행은 쉼없이 하는 것이 중요한 듯. 성불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