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에 연등이 걸렸다. 밤에 오면 예쁘겠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에서는 연등을 단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준비의 처음은 그전 연등을 찢는 일이다. 다 찢어서 버린 다음 다시 연등을 만든다. 어찌보면 참 낭비다. 그럴 돈으로 불쌍한 사람이나 도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멀쩡한 것을 찢음으로써 마음의 집착을 끊고, 꽃잎 한장한장 붙임으로써 정성을, 불을 밝힘으로써 마음 속의 광명과 희망을 켠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러고나면 이웃이 더 잘 보인다.
언젠가 포교당에서 앞에서 목탁을 들고, 예불을 집전한 적이 있다.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앞에 앉아서 기도했기 때문일까? 평소에는 불특정한 중생들이나 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기도했는데, 그날은 포교당에 앉아 있는 모든 신도를 위해 기도했다. 저절로 그런 마음이 솟아났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모두인 것 같았다.
등불은 언제나 그런 상징이다. 자신이면서 모두인. 빛은 혼자서만 몰래 감추어 가질 수 없는 것이므로. 예전에 민방위 훈련(?)을 하면 소등을 하게 했는데 그때 담요를 덮어놓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도 금방 들켰다. 그렇게 빛은 감추기 어려운 것이다. 자신 안에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것은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 하루만 연등을 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마음에 등불이 있어 감출 수 없는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이미 켜졌던 등불의 공덕은 모두 잊고, 늘 새로운 등불을 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