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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집에서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진 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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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3-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난 맛있다. 텁텁하다. 떫다라는 피상적인 단어 이외에는 생각지 못할것이다. 시인이 바라본 또 하나의 세상, 그 세상을 슬며시 곁눈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인에게 감사한다.

돌바람 2006-03-1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모잠비크 출신 그룹 Eyuphuro의 2001년도 재기작 Yellela에 수록된 Masikini를 듣는데 어젯밤 한 분이 함께 가시겠다고 메모를 남겨주셨어요. 참으로 감사하더군요. 기다리겠습니다.  

Yellela - (2001, Riverb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