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waho > 강릉에서 낙산까지 다시 돌아보기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영동

서울에서 동해 바다를 보기 위해 주말이면 영동고속도로는 붐빈다. 지난 주 3월 1일과 2일이 연휴였던 까닭에 동해안을 다녀간 여행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다음 주 토요일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동해안으로 향했는데 차가 밀리지도 않고 주말 같은 분위기도 아니다. 한적한 주말이다. 날씨는 그 전날부터 흐리고 비가 뿌렸는데 성우리조트가 있는 둔내를 지나면서 많은 눈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으며 대관령에 접어들어서는 사진에 꼭 담고 싶은 눈꽃들이 만발하고 있었다. 대관령 구간을 지나 속초 방면으로 향하면서 고속도로 종점에 이르니 멀리 산에만 흰눈이 가득할 뿐, 해변에는 봄의 기운이 가득하다.


낙산사보다 더 영험하다는 휴휴암(休.休.庵.)

영동고속도로가 끝나는 포곡삼거리에서 속초 양양 방면으로 약5분 정도 가다보면 휴휴암이라는 나무 푯말이 보인다. 남애항 조금 못 미쳐서 있으니 서행 운전하면서 우측 바다를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휴휴암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근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바닷가 바위의 여러 가지 모습에서 부처님의 형상을 발견하곤 했다. 바다에 누워 있는 해수관음상과 관세음보살님을 보면서 기도한다는 남순동자의 모습 등이 바위로 표현되어 있는데 우리가 찾은 날은 파도가 거세 확실히 볼 수가 없었으나 많은 신도와 관광객이 그를 보러 몰려들고 있었다.

관음도량과 해돋이로 유명한 낙산사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의상대... 그 의상대에서 보는 일출 또한 장관이 아닐 수 없는데 의상대사와 원효의 이야기가 있는 낙산사를 찾았다. 낙산 비치호텔이 있는 후문에 주차를 한 후 입장 하니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원이 두 채나 있고 그를 지나면 의상대가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구름 낀 하늘에 햇빛은 비치지 않고 파도는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관동팔경이라는 의상대 앞에는 조그만 매점이 하나있고 의상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전시해 놓고 사진 찍기를 간접 권유하는 사진사의 모습만 보인다. 1926년 만해 한용운이 지었다는 의상대는 큰 폭풍으로 무너졌다가 1975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개축되었다.

의상대에서 북쪽 방향으로 보면 바닷가 큰 바위 위에 보이는 조그만 암자가 홍련암인데 의상대사가 수정 염주와 여의주를 얻었다는 해안 석굴 위에 지어진 암자인데 의상대에서 사진기를 들이대고 한 컷 찍을라치면 푸른 기와와 부서지는 파도가 홍련암까지 덮을 듯한 기세로 몰려든다.

홍련암에서 나와 낙산사로 향한다. 정문으로 들어오면 홍예문을 지나서 들어오는데 홍련암에서 사천왕문을 거쳐 낙산사 경내로 들어와 원통보전과 그 앞에 있는 칠층석탑을 둘러보니 경복궁에서 본 듯한 담장이 원통보전을 둘러싸고 있다. 칠층석탑은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나 강릉에 있는 신복사지 3층 석탑의 양식과 비슷한 기단부의 복련 장식을 가지고 있는 고려계의 석탑으로 보여 진다. 석탑 바로 옆 범종각에 꼭꼭 숨겨둔 낙산사 동종을 가까스로 볼 수 있다. 범종각을 지나 오솔길로 조금 가면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중생을 구원하고 있는 낙산사의 또 다른 명물(?)인 해수관음입상이 동양 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우뚝 서 계시다.

특별한 먹거리가 있는 주문진항 주변

주문진에 가면 아들바위라는 곳에 들러 횟감과 어패류를 맛보곤 했다. 오늘도 횟감을 보고 흥정해 볼 요량으로 그곳을 찾았으나 한동안 날씨가 좋지 않고 파도가 심해 며칠 동안 배가 나가지 못해 횟감을 파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개 등을 팔고 있는 간이 포장집에서 간단하게 조개구이 등을 맛보고 주문진항 주변에 있는 건어물 상점을 찾았다. 알고 있던 가게가 있던 터라 그곳을 힘들게 찾아 갔으나 건어물 가게를 그만두고 대게를 취급하는 가게로 바뀌어 있어 그 주변에서 맛있는 횟집을 찾아 복어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다시 대게 상점으로 돌아와 대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모두 수입산이라고 했다. 러시아 수입산.... 우리나라 영덕 대게와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니 뭐 비슷하지 않나요. 맛도 똑같으니까 한번 드셔보세요... 라고 하며 증기로 찐 게를 먹어보라고 건넨다. 친절히 먹는 방법까지 지도해 주고^^ 저녁을 배불리 먹은 후라서 그다지 입맛이 당기지는 않으나 실한 속살과 국내산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맛이었다.

킹크랩, 대게, 털게(국내산)를 도매하는 이 가게는 손님이 원하면 즉석에서 삶아 주기도 하는데 큰 대게 2마리에 40,000원 밖에 받질 않았다. 이 정도 크기라면 영덕대게는 한 마리에 130,000원 ~ 150,000원을 호가 할 거라고 한다. 영덕 대게를 먹으면 좋겠지만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살아 있고 재미있는 참소리 박물관

박물관은 일반 사람들에게 따분한 곳, 재미없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박물관도 이제 조금씩 그 인식이 바꾸어 가는 것 같다. 지난번 태백과 보령의 석탄박물관을 찾았을 때에도 일반 박물관과는 좀 다른 점이 있구나 하고 느꼈는데 강릉에 있는 참소리 박물관에 입장을 하는 순간 정말 노력하는 박물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소리 박물관은 서울에서 오는 경우 선교장을 지나 강릉 경포호수를 돌아 초당동 입구를 통과하여 조금 가면 송정동이 나오는데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하여 만든 박물관처럼 보이지 않는 그런 곳에 있다. 박물관의 겉모습은 전혀 박물관의 모습이 아니다. 또 대인 3,500원의 적지 않은 입장료에 입장을 망설이게 하지만 표를 사서 입장을 하는 순간 본전 생각 하나도 나지 않는 그런 곳이다.

처음 입장하는 곳은 에디슨관 에디슨의 발명품 중에 축음기가 있다는 것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 등을 전시한 공간은 매우 좁아보였으나 박물관 측에서 설명해 주는 직원이 살아 있고 재미있으며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도록 맛깔 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전구와 축음기의 시연도 재미있는 설명과 더불어 관람객의 흥미를 유도하는데는 적절했다. 본 전시관 1,2,3층도 같은 설명으로 박물관에 푹 빠져 들다보면 마지막 3층의 음악감상실에 다다르게 된다. 그곳에서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세계 3테너의 공연도 보고 호세카레라스와 홍혜경의 그리운 금강산 공연을 보고라면 가슴 뭉클함으로 저절로 박수가 나오게 된다.

참소리 박물관은 협소한 전시 공간으로 금년 말에는 선교장 옆으로 신축 건물을 지어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 박물관이지만 관람객에 대한 배려와 재미있는 설명 시연등이 국가나 지방자치제에서 운영하는 어느 박물관 보다 알차고 배울 점이 많았다. 모름지기 박물관도 이러한 형태로 변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박물관 관람은 마치고 초당두부마을을 찾아 식사를 했다. 소리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이고 해수로 만들었다는 초당두부의 참맛도 느껴보고자 그곳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온통 원조 초당두부라서 어느 집이 진짜 원조인지 알 수 없었으나 같이 간 일행 중의 한 분이 강릉 토박이가 있어 쉽게 고분옥 할머니 두부집을 찾을 수 있었다. 순두부백반 4,000원 모두부 3,000원 순두부찌개 6,000원인데 두부의 맛이 부드럽고 모두부가 마치 연두부와 비슷하다.

참소리 박물관을 보고 허균 생가와 초당두부로 입을 즐겁게 한 후 중앙시장을 찾아 강원도의 명물 냉동 감자떡도 도매를 하는 “코델리유통”에서 25,000원을 주고 한 박스 사서 집으로 가져와 온 식구들과 함께 쪄 먹어도 좋다. 한 박스에 대략 250~ 300개 정도의 감자떡이 들어있다.

여행 메모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속초 방면으로 계속 가다보면 고속도로 끝 지점에서 약 5분 정도 가면 휴휴암(休 休 庵) 이 있고 약 20여분 거리에 낙산사 및 의상대 홍련암이 있다. 주문진은 낙산 양양에서 다시 25-30분 정도 강릉방면으로 내려오면 주문진이 있는데 그곳에 자연산 횟감과 어패류를 파는 “아들 바위”와 건어물 및 대게가 있는 주문진항 주변이 있다.

주문진에서 강릉으로 다시 가면서 선교장과 경포대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경포호수를 돌아 초당동 입구를 지나 참소리 박물관이 있는 송정동까지는 약 15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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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4-16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진항 주변...나의 어린시절 20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고향이다...
10대 중반까지 해적이 꿈이었던 활동의 주무대가 되었던 어선들...
그 당시 유행한 만화영화 '보물섬'의 실버선장이 꿈이었던 시절...

비 내리는 회색빛 항구에 솟아오르는 갈매기, 차라리 그것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비로그인 2004-04-1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두분의 시 한수씩 주고 받는 듯한 분위기에, 혼자 몽롱~히 취해있다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