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난 초등학교를 입학하기전까지 어떠한 형태의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한글은 어느 정도 깨우치고 있었던것 같다. 하기야 그때 당시 입학해서 처음 배운 것이 색연필로 나선형 따라긋기, 점선 따라긋기 정도였고 산수로는 아라비아 숫자 따라쓰기, 묶음세기가 주요 과제였으니 한글을 모르고 있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말일것이다.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이다. 그때 당시 담임선생님이 국어선생님인지라 책읽기와 독후감 쓰기에 대하여 엄청나게 장려하셨고 친구들과 노는 일외에는 특별한 놀이 문화가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금성출판사의 세계 문학 전집을 시작으로 하여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이런저런 책을 마구 읽어댔다. 5학년 1년 동안 150권 정도의 책을 읽었고 읽은 모든 책에 대한 느낌을 독후감 형식으로 작성하여 그해 겨울쯤에는 한권의 굵직한 노트를 가득 채울 만큼의 나만의 글을 작성하였다.

지금껏 간직했으면 어린시절의 가장 큰 보물이었을 그 노트를 잃어버렸다.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책을 다시 붙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곳 알라딘에서 초등학생들의 글을 볼때마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요즈음 책을 읽고 미약하나마 나만의 느낌을 적는 성스러운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 옛날 연필에 침 발라가면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던 어린 나를 기억하며 자판일망정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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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1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감 노트, 너무 멋진 추억이었을텐데 잃어버리셨다니 너무 안타까운데요~ 전 초등학교 들어가기전부터,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각종 세계문학전집 같은걸 읽고 했는데요, 나중에 커서 다시 읽고는 '어, 이런 내용이었던가'했더랍니다. ^^

잉크냄새 2004-03-1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세라니 섭섭합니다. 김광석 형님이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고 노래부르던 나이를 지난지 얼마 안됐는데요. 저도 그 노트에 대한 애착은 가끔 든답니다.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요. 그래서 처음 알라딘에 서재 만들면서 그때 생각이 너무 많이 나더군요.

paviana 2004-03-1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을 가지고 있답니다.근데 그 일기라는 것이 매일 검사맞던 시절이라 정치색이 무척이나 강해서 지금 읽어도 별 감동이 없답니다..그 행간의 뜻까지 다 기억이 날 정도니까여..아마 그 시절의 독후감 노트를 찾아도 그럴거에여..근데 잉크냄새님의 노트는 저랑 틀릴거 같아서 안타깝네요...

비로그인 2004-03-1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뭐든 잘 버리는 편이라...일단 눈에 거슬리고 안 쓴다 싶으면 냅따 버려요. 그리고나선 꼭 땅 치며 후회하죠....버리고 나서 아쉬운 느낌이 굴뚝 같은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초등 학교 때 사용했던 공책들과 책, 일기장, 그리고 각종 카드와 편지들이랍니다...
아쉬운 그 마음....백 번 동감합니다....

잉크냄새 2004-03-1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등학교 6학년때 일기장은 아직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늘 누구랑 누구랑 ~~~~ 같이 논 모든 친구들의 이름을 적고....'오늘은 참 재미있었다' 로 주로 마무리를 하는 나만의 문단구성법을 가지고 있던 일기장. 옛것,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에는 세대가 따로 없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