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난 초등학교를 입학하기전까지 어떠한 형태의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한글은 어느 정도 깨우치고 있었던것 같다. 하기야 그때 당시 입학해서 처음 배운 것이 색연필로 나선형 따라긋기, 점선 따라긋기 정도였고 산수로는 아라비아 숫자 따라쓰기, 묶음세기가 주요 과제였으니 한글을 모르고 있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말일것이다.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이다. 그때 당시 담임선생님이 국어선생님인지라 책읽기와 독후감 쓰기에 대하여 엄청나게 장려하셨고 친구들과 노는 일외에는 특별한 놀이 문화가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금성출판사의 세계 문학 전집을 시작으로 하여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이런저런 책을 마구 읽어댔다. 5학년 1년 동안 150권 정도의 책을 읽었고 읽은 모든 책에 대한 느낌을 독후감 형식으로 작성하여 그해 겨울쯤에는 한권의 굵직한 노트를 가득 채울 만큼의 나만의 글을 작성하였다.
지금껏 간직했으면 어린시절의 가장 큰 보물이었을 그 노트를 잃어버렸다.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책을 다시 붙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곳 알라딘에서 초등학생들의 글을 볼때마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요즈음 책을 읽고 미약하나마 나만의 느낌을 적는 성스러운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 옛날 연필에 침 발라가면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던 어린 나를 기억하며 자판일망정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