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퇴근한 밤 삐거덕 하고 열리는 현관문을 향해 토하듯 달려드는 어둠만큼 외로운 기분이 또 있을까. 기분이라도 우울한 날이면 그 기분은 몇곱절이나 커지곤 한다. 가방을 던지고 소파에 털썩 앉아 켠 텔레비젼마저 중국어로 도배되어 나오면 그 기분이 쉬 가라앉지 않곤 한다. 어느날 나보다 조금 늦게 중국에 나오신 오래전부터 같이 일해온 부총경리와 술을 한잔 하는 도중 강아지를 데리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더군요.
잉크 : 부장님, 아무도 없는 집 퇴근하기 싫은 날이 있는데 강아지나 한마리 키울까요?
부총 : (한참 보더니) 혼자 있으면 키우지마.
잉크 : (한잔 쭈욱 마시고) 왜요?
부총 : (한잔 쭈욱 마시고) 강아지가 외롭잖아. 그냥 너가 외로워져. 강아지를 외롭게 할순 없잖아.
세상은 그런것 같더군요. 누구나 다른 누군가의 외로움에 기대어 자신의 외로움을 잊어버리려 합니다. 그저 나의 외로움에 난 강아지의 외로움은 생각하지 못한것이더군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의 외로움만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외로움에 눈길을 건네지 못하고 살아온것 같더군요. 어느 시인이 그랬죠.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강아지는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강아지도 외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