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린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은 또한
곁에 있건 없건 그 대상에게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뜻.

일의 결과를 기다리고,
해가 뜨고 지길 기다리고,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다
끝내는 죽음마저 기다리는,
그리하여 기다리는 그 순간이 모여
우리 삶이 되질 않았던가.

그 중에서도 내 가장 소중한 기다림, 그대여.
내 인생역에 기차가 거짓말처럼 들어와 서고,
그대가 손을 흔들며 플랫폼으로 내려설
그 눈부신 시간을 기다리네.

기다리고 또 기다리네.
그대여, 어서 오기를.
그래서 먼 여행 끝의 피곤함을
모두 내게 누여라.

이정하 '기다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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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2-2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는 그 순간이 모여 우리 삶이 된다는 구절이 가슴에 와닿는다.

Viewfinder 2004-02-2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기 보다는 막연함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일이 더 익숙해져가는 날들입니다.
제가 프로파일로 쓰는 그림은 저보다는 잉크냄새님의 아이디에 더 어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전부터 해왔습니다.
저랑 비슷한 연배신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