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방금 들은 피아노 선율은 그 동안 안나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곡이 됐어. 그 선율이 무슨 의미인지 당시에는 몰라. 그건 결국 늦게 배달되는 편지와 같은 거지. 산 뒤에 표에 적힌 출발시간을 보고나서야 그 기차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기차표처럼. 안나가 보내는 편지는 그런 뜻이었어. 우리는 지나간 뒤에야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며, 그 의미를 알게 된 뒤에는 돌이키는 게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p < 378 >

우리는 인생을 두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처음에는 어설프게, 그 다음에는 논리적으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삶이란 모두 이 두번째 회고담이다.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

p < 384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시장미 2008-09-2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인생을 두번 산다. 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최초의 시연을 직면해야 하는 인생에 대해 생각했는데, 그래서 오로지 한번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회고와 기억..의 삶을 생각하니, 두번 산다는 것의 의미도 알 것 같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리라... 저도 읽고 싶어지네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나요? ^^

잉크냄새 2008-09-22 18:49   좋아요 0 | URL
처음의 삶을 둘째 삶의 기억만큼만 산다면 참 새로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슬슬 백수에 적응이 되어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