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어느새 인간관계가 고장난 사람들에 관하여
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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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탠드업 코디디언인 저자가 자신의 결혼식에 신랑 들러리를 부탁할 친구가 없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맞닥뜨리고 스스로의 우정을 돌아보며 통찰해 낸 남성 우정에 대한 글이다. 개인의 경험 위에 인문학적,사회학적 분석을 더해 현대 사회 남성 우정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주제를 코미디언다운 재치있는 글과 스토리텔링으로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다만, 블랙코미디의 특성상 변기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음담패설류의 화장실 유머는 철 지난 개그 콘서트의 아련한 몸부림으로 비춰져 아쉬울 수도 있다.


작가는 그의 경험에 근거해 남성이 나이 들수록 친구가 사라지는 이유를 찾아내는 여정을 떠난다. 과도한 남성성의 과시로 인한 관계의 균열(거친 말과 행동으로 서로 상처를 주면서도 남자라는 꽤 튼튼한 갑옷을 걸치고 파탄날 때까지 버틴다), 감정 표현을 두더지 잡기 게임으로 인식하는 유해한 남성성(분노라는 감정 외에는 몸 속에 지방처럼 저장하고 활활 태운다.다른 감정은 다 때려잡고 오직 분노만이 표출된다), 관계의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감정 노동의 결핍(능동적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감정 노동을 회피하며 감정 노동의 많은 부분을 아내나 여친에게 위임한다) 등 남성성 자체의 문제와 성적 요소의 접근 방식 차이에 의한 여사친 관계 문제(전부는 아니지만 남녀간 성적 요소 차이는 관계 단절을 유발한다), 소설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한 관계 자체의 소실(소통이 아닌 은둔과 고립을 위해 미디어를 이용하기도 한다), 인간-AI 간의 새로운 관계의 부상(부족한 인간 관계의 대체가 아닌 새로운 관계의 형성으로 받아들여진다) 등 사회적 문제까지 다방면에 걸쳐 접근한다. 


우리는 우정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한다. 화초처럼 가꾸고 돌보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잡초처럼 봄만 되면 언제나 다시 피어나는 다년생 작물로 여긴다. 우정도 늙어가고 낡아간다는 것을 잃은 후에야 겨우 알아낼 뿐이다. 공기처럼 나를 감싸고 있는, 다만 인지하지 못하는, 언제라도 부르기만 하면 달려와 줄 것만 같은 영원한 존재도 아니다. 인생의 커다란 결단과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는 히든 히어로도 아니다.때론 술에 취해 '저 친구는 나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어!' 라고 호기롭게 말한다. 그 충성심과 관대함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정은 인생이 상처 입었을 때 홀연히 나타나 큰 감동을 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같이 즐길 수 있는 매일매일의 만남과도 같은 것이어야 한다. 


작가는 결국 그의 이십대 가장 절친인 두 여사친을 결혼식 들러리로 결정한다. 그의 우정 여정에서 다시 만난 친구들과는 '밥 한 번 먹자' 라고 말하면 그냥 인사치레가 아닌 밥 한 끼 먹는 걸로, '술 한잔 하자' 라고 말하면 그냥 술 한잔 하는 걸로 인생의 방향을 튼다. 아니, 밥 한번, 술 한잔의 인사겉치레 성향은 동서양이 똑같구만! 어찌 되었든 그 밥과 술이 생명뿐 아니라 우정을 지속하는 삶의 영양분임을 결혼식 들러리 고찰을 통해 알아낸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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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6-07-16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정이 있는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죠. 얼마 전 친구의 딸 결혼식에 갔다 왔는데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군요. 결혼식장을 가기 위해 미리 파마를 하고 교통이 불편한 데도 감수하고 갔다 왔어요. 그 친구를 위해 뭔가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이런 것도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성들의 우정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잉크냄새 2026-07-17 18:46   좋아요 0 | URL
우정도 세심한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죠. 리뷰에서 남성성으로 표현된 부분의 함축적 의미가 아마도 그런 세심함의 부족도 포함할 겁니다. 남성들의 우정도 분명한 장점이 있겠지만 여성 우정이 지니는 섬세한 감정 교류 측면에서는 확실히 부족해 보입니다.

감은빛 2026-07-17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주위에는 믿을만한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진심으로 함께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몇 가지 어려움을 긴 시간 겪고 있는데,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한편으로 친구 라는 개념에 대한 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나이를 과도하게 따져서 동갑인 경우만 친구로 보고, 한 살이라도 많으면 선배(혹은 형이나 누나)로, 한 살이라도 어리면 후배(혹은 후배)로 생각하는데, 사실 사회에서 서너살 정도는 친구로 지내도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길게는 10년 이상 차이가 나도 친구로 지낼 수 있겠지요.

잉크냄새 2026-07-17 18:53   좋아요 1 | URL
깊은 우정을 나눌 친구가 많다는 건 확실히 행복한 일이죠. 아마 활동가로 지내시며 함께 고생한 연대의 기억이 그 우정을 더 돈독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항상 어디에서나 기수를 따지는 사회적 현상이 반영된 결과죠. 나이마저도 계급화하고 싶었나 봅니다. 중국만 해도 선배, 후배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더군요. 자연스럽게 ‘펑요우‘ 라고 소개합니다. 나이에 대하여 참 관대하고 개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