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이라 명확한 기억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낯선 도시의 길을 걷다 서점을 발견했을 것이고, 호기심 반 설레임 반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것이다.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여진 책을 집어들고 겉표지를 살피고 책장을 넘겨보며 내가 아는 일반적인 책과 비교 가늠해보았을 것이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여행지마다 한 권의 책을 사야겠다고. 대부분의 서점에 비치될 만한 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결국 <어린 왕자>로 정했을 것이다.
첫 서점은 네팔의 카투만두 타멜 거리의 어느 서점으로 기억한다. 영어나 중국어권이 아닌 나라의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설 때는 항상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사전에 준비해간 긴 문장은 어눌한 발음으로 오히려 어색함을 더하였다. 결국 어색하하는 서점 주인의 얼굴 위로 책 제목만을 말하였다. 다행스럽게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각 나라의 인사말이 어느 정도 통용되듯 각 도시의 서점에서도 <The Little Prince>나 <Le Petit Prince>는 세계 공통어처럼 통하는 단어였다.
많은 책을 사지는 못했다. 내가 간 나라들이 대부분 한국보다 서점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도 있고, 몇몇 도시는 대도시를 경유하지 않고 지나간 경우도 있다. 향후 또 다른 언어 문화권으로 발걸음을 옮겨 리스트를 추가할 수 있을까. 희망사항이다.
p.s 1) 한국판 기준 시계 방향으로 한국-터키-홍콩-중국-네팔-이집트 순이다.